三電 주가와 美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 상관계수 도출
2월 상관계수 -0.43…1월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HBM 경쟁 앞선 평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랠리와 동행”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이자 반도체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전자만큼은 미국발(發) 훈풍에서 크게 빗겨난 모양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대만 증시 등에서도 주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랠리가 펼쳐졌음에도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는 ‘역주행’하며 전 세계적인 호재에서 ‘디커플링(역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의 흐름과 미국 증시 내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 ‘역(逆)의 상관계수’는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2월 상관계수 -0.43…1월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21일 헤럴드경제는 지난 16일(미 현지시간) 종가 기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 주가 흐름 간의 상관계수를 월별로 도출해 분석했다. 이 결과 두 수치 간의 이번 달 상관계수는 ‘-0.43’으로 지난 2020년 9월(-0.63)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강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흐름 중 절반 가까이 이달 들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간밤에 발생한 미국발(發) 기술주, 특히 반도체주 ‘훈풍’이 국내 반도체 대표주 삼성전자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깨뜨린 결과다.
삼성전자 주가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 ‘역의 상관관계’는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이달은 물론 지난달에도 두 수치 간 상관계수가 ‘-0.29’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다. 역의 상관계수가 2개월 연속 발생한 것은 지난 2020년 8·9월(-0.47·-0.63)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두 수치간 역의 상관관계는 한 달 잠깐 발생했다 그친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와 지난 2022년엔 각각 4월(-0.03), 3월(-0.06)에 한 차례씩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11개월간은 모두 ‘플러스’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엔 2월(-0.21), 6월(-0.02), 10월(-0.09) 등 세 차례나 역의 상관계수가 나타났지만, 모두 절대적 수치도 낮았고 단발적 현상에 그쳤다.
HBM 경쟁 뒤처진 것이 주요인
증권업계에선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 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미흡한 점이 글로벌 AI 투자 붐에서 다소 빗겨나게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내 종목 간에도 AI 부문에 대한 대응 평가에 따라 주가 흐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AI용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2위 기업 AMD의 주가가 20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올 들어서만 각각 44.19%, 19.56% 상승했다. 반면, AI 반도체에 대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단 평가가 뒤따르는 인텔의 경우 올해 주가가 6.86% 하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도 확연히 차이 난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6.62% 하락할 동안 SK하이닉스는 반대로 5.72% 올랐다. SK하이닉스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의 올해 월별 상관계수 역시도 1월 0.40, 2월 0.89로 삼성전자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동조화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랠리와 연관된 제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라며 “이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1위’ AI 반도체사 엔비디아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앞서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글로벌 2위 AMD와 밀접한 사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서는 상황 속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양산을 시작, 초도 물량을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HBM 경쟁에서 라이벌 삼성전자를 상대로 승기를 잡은 셈이다.
“HBM3E서 SK하이닉스 얼마나 빨리 따라잡냐 관건”
여전히 국내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재 시점에선 SK하이닉스에 비해 조금 뒤늦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차세대 HBM 개발-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관련 모멘텀이 주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 때문이다.
특히, AMD의 AI 반도체 신제품과 관련한 HBM 모멘텀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엔 긍정적 요소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전날 종가(7만3300원) 대비 상승 여력이 28.42%에 달하는 9만4130원이다. 이달 들어 목표주가를 제시한 19개 증권사 중 최고가는 미래에셋증권(10만5000원)이다. 8만원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하이투자증권(8만7000원)과 BNK투자증권(8만6000원) 두 곳뿐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고비는 5세대 HBM ‘HBM3E’ 개발·상용화에서 SK하이닉스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느냐”라며 “올해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랠리에 동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HBM3E 성공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을 넘어 멀리 6세대 HBM(HBM4)에선 다시 경쟁 우위를 되찾겠단 계획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생산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건설 중이던 평택 4공장 파운드리 시설 라인 공사에 앞서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선행 시공키로 했다. HBM 생산 설비도 올해 2.5배가량 늘려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류영호 연구원은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변에서 삼성전자는 부담이 없는 주식이란 점은 매력”이라며 “올해 1~2분기 중 AI 관련 사업 실적은 물론, 스마트폰, 서버, 가전 등의 부문에서도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