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난잡한 사생활과 최악의 정치로 로마 사상 '최악의 황제'로 불리는 엘라가발루스(서기 204~222)를 영국의 한 박물관이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인정해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히친에 위치한 노스 하트퍼드셔 박물관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엘라가발루스를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인정하고 공식 표기에서 '그녀'(she)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기로 했다.
로마 제국의 제23대 황제인 엘라가발루스 황제는 여장을 자주 즐겼으며 자신을 여성으로 지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 시대 기록자 카시우스 디오의 기록에 따르면, 엘라가발루스는 남성 여러명을 애인으로 뒀으며 자신이 '부인', '여성', '여왕' 등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애인에게 "나를 군주라고 부르지 말라, 나는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4세 때 황제로 즉위한 엘라가발루스는 18살의 나이로 암살당하기 전까지 4년간의 짧은 재위기간 중 갖은 기행을 펼치며 정치를 소홀히 해 사상 최악의 군주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유부녀의 남편을 처형한 뒤 결혼하는가 하면, 궁정 안에 매춘소를 마련해 신하와 경비병들을 유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시우스 디오는 엘라가발루스를 암살하고 집권한 세베루스 알렉산더 황제를 위해 일하던 기록자였기 때문에 암살을 정당화하고자 악의적으로 왜곡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엘라가발루스를 '최초의 트랜스젠더'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엘라가발루스 집권기의 은화를 소장하고 있는 노스 하트퍼드셔 박물관은 전시 설명에 사용되는 인칭 대명사는 당사자가 직접 사용했거나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쓰여야 한다는 박물관 규정에 따라 엘라가발루스를 '그녀'로 지칭하기로 했다.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스 하트퍼드셔 의회의 키스 호스킨스 의원은 "엘라가발루스는 확실하게 '그녀' 대명사를 선호했다"며 "우리는 과거의 인물에게도 현대의 인물에게 하듯 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에 민감해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