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콘텐츠 IP 축제로 팬덤 공략하는 에버랜드

3분기 레저 부문 영업이익률, 전년比 2.9%포인트↑

푸바오 패밀리부터 샤이니까지…저출산 시대 에버랜드만의 ‘돌파구’ [그 회사 어때?]
오는 12일까지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2023 게임문화축제’ 현장. 김민지 기자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용인)=김민지 기자] “와, 내가 알던 에버랜드가 맞나?”

지난 3일 약 10여년 만에 에버랜드를 찾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이후 처음 찾은 에버랜드는 이미지가 180도 바뀌어있었다. 놀이기구와 먹거리 위주로 즐기던 단순 테마파크에서 한단계 더 발전해 다양한 IP(지적재산) 관련 콘텐츠, 놀거리, 문화축제 등이 뒤섞인 종합 콘텐츠 파크라는 느낌을 줬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청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에버랜드를 포함한 국내 테마파크 업계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청소년 관람객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은 레저사업에서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아직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한 시기 고무적인 성과다. 물론 여기엔 올 들어 큰 인기를 얻은 판다 월드의 ‘푸바오 패밀리’ 효과도 한몫했다.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여러 기관들과 손잡고 다채로운 IP 콘텐츠 행사를 마련하며 팬덤 마케팅에 성공한 점이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지난 3일부터 에버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2023 게임문화축제’ 현장을 찾아, 저출산 시대 속 IP와 팬덤을 공략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전략을 살펴봤다.

“부모님·자녀 함께 즐겨요…2년째 에버랜드서 열린 ‘게임문화축제’”

지난 3일 오후 에버랜드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문 입구에서 100여m 떨어진 부근에 ‘2023 게임문화축제’의 첫 행사장이 위치해있었다.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님블뉴런의 신작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었으며, 초등컴퓨팅교사협회와 젠지글로벌아카데미의 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게임 인식 제고 및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푸바오 패밀리부터 샤이니까지…저출산 시대 에버랜드만의 ‘돌파구’ [그 회사 어때?]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2023 게임문화축제’에서 청소년 관람객들이 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김민지 기자

‘2023 게임문화축제’는 에버랜드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 함께 손잡고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고, 건강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축제의 장이다. 게임을 매개로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 맞게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이 찾은 모습이었다.

곽혁수 콘진원 콘텐츠문화팀장은 “다양한 세대, 많은 분들이 모이는 공간과 게임 및 콘텐츠를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모든 콘텐츠를 담을 수 있고 청소년, 부모 등 게임산업의 주요 이용자들이 오는 에버랜드가 최적의 장소였으며, 에버랜드도 게임문화 홍보, 운영 및 장소지원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버랜드에서 축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2023 게임문화축제’는 오는 12일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에버랜드 곳곳에서 스토리형 미션 게임, 게임 전시 및 체험, 이스포츠대회, 문화 공연 등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야외 방탈출로 기획된 ‘랩터레인저’ 게임존이었다. 각 미션존에서 QR코드를 찍어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하면 웹툰으로 단계별 추리 문제가 제시되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형식이다. 현장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재미있었다. 현실처럼 생생하게 구현된 게임장도 재미를 더했다. 미션을 완료하면 증정되는 탐험가 배지와 스페셜 굿즈 등을 얻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푸바오 패밀리부터 샤이니까지…저출산 시대 에버랜드만의 ‘돌파구’ [그 회사 어때?]
2023 게임문화축제에서 야외 방탈출로 기획된 ‘랩터레인저’ 게임존. 김민지 기자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에버랜드 ‘그랜드스테이지’ 실내 공간에서는 게임 OST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개최됐다.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카카오게임즈 ‘가디언 테일즈’ 등 인기 게임의 OST를 오케스트라로 들을 수 있었다. 4일에는 에버랜드 ‘장미원’ 특설무대에서 ‘철권 7’ 이스포츠 대회 및 프로게이머 이벤트 매치, 5일에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온라인 결승 경기가 개최된다.

푸바오 인기로 폭발…‘IP·팬덤 사업 쏠쏠하네”

올 3분기 삼성물산의 레저 사업 영업이익률은 24.2%로 전년 동기 21.1%와 비교해 3%포인트 가량 올랐다. 지난 2분기(5.3%) 대비로는 약 19%포인트 끌어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줄어들었지만, 파크 콘텐츠 및 상품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며 이익률을 개선했다.

에버랜드는 최근 팬덤·IP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출산 시대 청소년 인구의 감소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가운데, 관람객들을 유인할 다양한 콘텐츠가 필수다. 연령과 무관한 팬덤을 공략하는 IP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요즘 에버랜드의 IP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판다 푸바오 패밀리다.

올 들어 시작된 푸바오 신드롬과 함께 루이바오, 후이바오 등 쌍둥이 판다 동생들까지 태어나면서 에버랜드 판다월드는 전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10월까지 올해 판다월드 입장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판다 상품 굿즈 매출도 지난달 이전보다 약 3배 증가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푸바오 패밀리부터 샤이니까지…저출산 시대 에버랜드만의 ‘돌파구’ [그 회사 어때?]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푸바오 [삼성물산 제공]

에버랜드는 이달 초 푸바오 가족을 뜻하는 ‘바오 패밀리’ 상표를 출원했다. 푸바오 IP를 활용한 의류, 신발, 장난감 등 여러 기념품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객단가(1인당 매출) 등 이로 인해 얻는 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을 추정된다.

특히, 에버랜드는 판다월드를 찾아오기 어려운 팬들을 위해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도 개최한다. 오는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열리는데, 지난 3일 오후 6시에 시작한 사전예약은 현재 모두 매진된 상태다. 현재는 14~16일, 20~22일에 대한 현장예약만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가을 시즌을 대표하는 이색 체험 공간 ‘블러드시티’도 올해 삼성전자와 협업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갤럭시 Z 플립5·폴드5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를 마련하고 사이버펑크풍의 미래 도시로 블러드시티를 새롭게 조성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MZ세대 대상 진행된 올해 블러드시티 고객 참여 이벤트에는 전년 동기 대비 참여자가 50% 늘었다.

푸바오 패밀리부터 샤이니까지…저출산 시대 에버랜드만의 ‘돌파구’ [그 회사 어때?]
에버랜드의 이색체험공간인 블러드 시티. 김민지 기자

지난 8월에는 SM엔터터엔먼트의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 IP를 활용해 만든 놀이기구가 에버랜드에 신설됐다. 앞서 에버랜드는 SM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연출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10월 SM스토리가 결합된 아티스트 체험 공간 ‘에버 에스엠타운’을 조성했다. K팝 글로벌 팬덤이 두터운 점을 공략해 국내외 관람객을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테마 이벤트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관계자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을 위해 외부 컬래버레이션 확대를 통한 콘텐츠를 강화하고 단체 수요 회복에 대응하는 상품과 마케팅을 확대해 신장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