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국교 정상화에 대해 가능성을 밝혔다. 냉전 시기 적국이었던 공산국가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이어, ‘악의 축’ 이란과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개설할 가능성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never)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면서 “이란과의 관계는 적절한 절차를 밟아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쿠바 이어 이란과도 국교 정상화 할까-copy(o)2

미국은 지난 1979년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직후 대사관을 폐쇄해 지금까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이란이 테러 지원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악의 축’으로 규정, 양국 간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현재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이 미국의 영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국가 차원의 테러행위 지원 이력을 가진 크고 복잡한 나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됐을 때 ‘불량 정권’과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 나섰을 때나 지금이나 유효하다”고 말했다.

‘불량 정권’이라는 말은 북한, 이란, 쿠바, 이라크, 리비아, 수단 등을 지칭하던 용어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는 북한과 이란, 쿠바 등에 대해서만 ‘불량 정권’이라는 말이 쓰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관계 회복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핵협상 타결’을 내걸었다.

그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기려면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그렇게 될 기회는 있지만, 이란에서 그 기회를 잡을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추진이 이란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지 여부에 대해선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의 역사는 이란과 다르고, (미국 입장에서) 이란이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은 쿠바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NPR 인터뷰 전날인 17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각종 봉쇄 조치들을 해제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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