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마무리 자본감소 위험 해소
하나금융 인수 완주 의지에 관심
KDB산업은행이 매각 중인 KDB생명에 10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한다. KDB생명의 자본 순증가 효과는 없으나 매도자 측이 자본 감소 위험을 메워 준 만큼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의지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20일 KDB생명은 5년 전 발행한 2200억원 규모 7회차 후순위채에 대해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한다. 채무 상환 자금은 유상증자와 신규 후순위채를 발행해 마련한 상태다.
우선 1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결성한 사모펀드(PEF),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들 주주는 기존 92.7%였던 지분율이 증자 이후 95.7%로 높아졌다.
KDB생명이 최대 1425억원의 증자를 기대한 점을 고려하면 조달 규모는 목표치 대비 30% 미달됐다. 산업은행 측이 신주 배정 물량의 75%만 책임지고 다른 주주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KDB생명 이사회는 이번 증자에서 발생한 실권주는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7회차 후순위채 콜옵션을 위해 필요한 나머지 1200억원은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 조달했다. 10년 만기, 5년 후 조기상환 콜행사 등 발행 조건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표면금리는 7%로 확정돼 기존 후순위채 이자 5.5% 대비 150bp 높아져 리파이낸싱 효과는 제한적이다.
KDB생명은 유상증자와 신규 자본성증권으로 7회차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로 생길 자본 공백은 메웠다. 물론 자본적정성 관리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올해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 가운데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48%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에서 권고하는 적정 수치가 ‘15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KDB생명의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은 부족하다.
금융당국은 규제 도입에 따른 보험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10년까지 경과조치를 시행한다. 기존에 발행한 자본성증권을 모두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02%로 높아진다. 이 경우에도 당국 권고치를 채우려면 5000억원 이상의 자본 확보가 요구된다. 경과조치 이전 기준으로는 1조5600억원 이상의 가용자본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수혈을 통해 KDB생명 재무구조 ‘현상 유지’에 기여한 만큼 원매자가 KDB생명 인수를 완주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KDB생명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7월 하나금융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하나금융지주는 2개월 동안 인수실사를 진행한 가운데 이달 중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구주 매각 가격과 신규 출자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지 지켜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KDB생명에 출자한 금액은 총 1조2544억원 수준이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경제적 가치(Appraisal Value)는 1470억원으로 책정됐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