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인프라코어 성능시험장서 콘셉트-X2 시연회
폭우 등 악조건 속 무인 불도저·굴착기 작업 수행
이동욱 사장 “사우디에서 실증사업 진행 계획 중”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보령)=한영대 기자] 20일 충남 보령시에 있는 30만㎡ 규모(9만평)의 HD현대인프라코어 보령 성능시험장(PG). 이날 오전 땅이 젖도록 비가 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HD현대인프라코어의 무인(無人) 불도저는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흙을 밀어냈다. 오후에는 시간당 70㎜의 비가 오는 폭우에도 무인 굴착기는 흙을 무리 없이 퍼 날랐다. 전날 드론이 미리 습득한 지형 정보가 종합 관제 시스템인 X-센터에 전달, X-센터에서 분석된 데이터를 장비들이 전송받아 작업을 수행하는 ‘콘셉트(Concept)-X2’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콘셉트-X2는 2019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선보인 건설기계 무인·자동화 솔루션 ‘콘셉트-X’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인지·제어 성능을 개선해 작업 효율이 13% 향상됐다. 굴착기의 경우 무인 제어 알고리즘을 확장해 틸트로테이터(굴착기 버킷 작업 반경을 넓히는 장비)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자동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콘셉트-X2를 적용할 수 있는 장비는 기존 2종(굴착기, 휠로더)에서 불도저가 추가돼 3종으로 늘어났다.
건설 현장에서 중요한 안전성도 고려했다. 콘셉트-X2는 콘셉트-X와 마찬가지로 충돌·전복을 방지하는 제어 시스템을 갖췄다. 이외에도 고장 예측·진단 기술(PHM)을 통해 자가 진단 기능을 수행, 위험 요소를 사전에 관리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17년부터 콘셉트-X 개발을 시작했다. 건설기계 현장에서 숙련자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함과 동시에 최대의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무인 기술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평평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건설기계들은 공사장에서 수많은 장애물과 위험에 직접적으로 마주한다. 이같은 어려움으로 건설기계 무인 기술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건설기계를 원격 제어하는 수준에 그쳤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10년 이상의 경력의 건설기계 숙련자의 데이터를 모아 기계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6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콘셉트-X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다. 2019년에는 독일 바우마에서 8500㎞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의 건설장비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콘셉트-X 도입 시 생산성 증대에 따라 경제·사회·환경적 가치 편익이 약 3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무인·자동화) 기술 개발을 일찍 시작해, 가장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설기계 전시회 2023 콘엑스포(CONEXPO)에서 캐터필러는 사람이 건설기계를 원격 제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이 사장은 “건설기계 무인 기술에서만큼은 글로벌 1위 중장비 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보다 앞서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동목 HD현대사이트솔루션 수석연구원은 “굴착기에 한정해 콘셉트-X2 생산성은 시간당 작업량 기준 숙련직의 90% 수준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콘셉트-X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장은 “자원 개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고산지대 작업장이 많아졌지만 사람이 8시간 일할 수 없다”며 “무인으로 작업이 이뤄지면 고산지대에서도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다”고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무인·자동화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사는 늘어나고 있다. HD현대와 오랫동안 협업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투자해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19일에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이 보령 PG에 직접 방문해 콘셉트-X2 기술을 직접 관람했다.
이 사장은 “다양한 건설사와 도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옴시티에서도 콘셉트-X와 같은 기술이 투입되길 바라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상의를 통해 실증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콘셉트-X와 같은 기술이 상용화된 적이 없는 만큼 실증 사업을 통해 검증을 진행한 후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응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힘을 기울인다. 올해 6월부터는 자회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가 미니 전기굴착기(1.7t급)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글로벌 건설기계업계에서 미니 전기굴착기를 생산한 건 HD현대인프라코어가 다섯 번째이다. 올해 3월부터는 친환경 배터리팩(20㎾h) 생산을 시작, 1.7t급 굴착기에 설치하고 있다. 건설기계 외관에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이 사장은 “노르웨이, 네덜란드의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건설기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지구 환경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