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국내 최초 전선 회사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 맞기도
초고압케이블 호재 등으로 반등 성공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50년 이상 연속 흑자→채권단 관리→최대 실적으로 부활
우리나라 최초의 전선회사 ‘대한전선’은 80년 이상 업력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53년 연속 흑자 행진에 한때 국내 전선업계 1위였지만, B2C 사업으로도 발을 넓히다 재무 부담이 커지며 결국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본업에 다시 집중하며 반등의 기회를 마련, 최대 실적으로 부활하며 제2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TV·관광·속옷 사업도 했던 회사
대한전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선회사인 만큼 다양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우리나라 전선을 처음으로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죠. 이후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수출을 늘린 결과 대한전선은 1956년부터 2008년까지 5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전선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전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서일까요. 대한전선은 한때 사업 확장에 대한 욕심이 강했습니다. 전선 사업에서의 강점을 살려 1960년대 TV 사업에 진출했죠. 하지만 삼성, LG 등에 밀려 1980년대 TV 사업에서 일찍이 철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외연 확장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대한전선은 2000년대 이후 무주리조트, 쌍방울 등을 인수했습니다. 전선을 만드는 회사가 관광, 솟옥 사업에 진출한 것이죠. 2007년에는 하나로텔레콤(현 SKT) 인수도 검토했습니다.
본업을 소홀히 한 결과는 뼈아팠습니다. 대한전선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전선업계 1위 자리를 LS전선에 빼앗깁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기업 인수를 위해 빌린 빚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큰 맘 먹고 인수한 무주리조트, 쌍방울 등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죠.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대한전선은 2012년 결국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됩니다.
대한전선은 2016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PE(프라이빗 에쿼티)에 인수되면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채권단 졸업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 2021년 호반그룹에 다시 인수됩니다. 현재 대한전선 최대주주는 지분 40%를 보유한 호반산업입니다.
20년 만에 상반기 영업익 최대
산전수전을 겪은 대한전선은 최근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인 초고압케이블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전선 수요가 크게 증가했죠.
지난해 2월에는 미국 법인이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현지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진출 이후 수주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북미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3억달러(약 4000억원) 이상을 수주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쿠웨이트 수전력청이 발주한 6500만달러(약 860억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 설치 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계속된 수주로 올해 6월 말 기준 대한전선이 확보한 수주 잔고만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일감이 늘어나면서 대한전선은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17억원으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을 이뤘죠. 영업이익이 400억원을 넘은 건 2004년 이후 처음입니다. 1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가 향후 매출에 반영되는 만큼 대한전선 실적은 앞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저케이블 등 성장 동력 발굴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을 앞세워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충남 당진에 약 1만3500평 규모의 해저케이블 임해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준공 예정 시기는 올해 말입니다. 그동안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LS전선보다 존재감이 약했던 만큼, 신규 생산라인을 앞세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인 거죠.
해저케이블은 전선업계에서 가장 핫한 제품 중 하나입니다. 바다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가 육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죠.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부터 2050년까지 새로이 설치될 해저케이블 길이(약 23만㎞)가 지구 둘레를 5바퀴 이상 돌 정도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수주 시 얻을 수 있는 수익성도 높습니다.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죠.
대한전선은 해외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입니다. 올해 1월 쿠웨이트 최초의 광케이블 생산법인인 ‘대한쿠웨이트’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완공, 연내 매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남아공·베트남 생산법인의 기존 설비 고도화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5월 취임식에서 “해저케이블 임해공장 등 미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