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친환경 수주 비중 97%, 해양플랜트로 빅2와 차별화

해상 SMR·자율운항선박 등 신시장 개척 속도

최성안·정진택 투톱체제 시너지…“9년만의 흑자 전환 유력”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이미지 [삼성중공업 제공]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이미지 [삼성중공업 제공]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국내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인력 쟁탈전 등 기싸움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이 ‘업계 1위’ HD한국조선해양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고, 방산·엔진 부문 등 굵직한 이슈 때마다 양사 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두 경쟁사와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 직접적인 경쟁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 주력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에 해상 SMR(소형모듈원전)과 자율운항선박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다른 빅2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올해 친환경 수주 비중 97%…FLNG 등 해양플랜트로 ‘빅2’와 차별화

삼성중공업은 최근 친환경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삼성중공업의 연간 누적 수주금액은 63억 달러(약 8조3000억원)로 올해 목표(95억 달러) 대비 달성률 66%를 기록 중이다.

이 중에서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6척, 메탄올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16척,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1기 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올해 친환경 분야 관련 누적 수주 금액이 61억 달러(약 8조850억원)에 달했다. 전체 수주 대비 97%에 달하는 압도적 비중이다. 지난 2021년 71%(87억 달러)에 이어 2022년 기록한 93%(87억 달러) 보다 더 친환경 분야의 비중이 높아졌다.

다른 빅2 역시 친환경 관련 수주를 계속 늘리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HD한국조선해양의 친환경 수주 비중은 2021년 59%(136억2000만달러)에서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79%(122억7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2021년 57%(61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까지 87%(12억8000만달러)로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주요 설비 중 하나인 FLNG에서 다른 빅2와 뚜렷한 차별점을 두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정제해 이를 LNG로 액화한 이후 저장 및 하역까지 가능하게 하는 복합 해양플랜트를 말한다.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이미지 [삼성중공업 제공]

FLNG의 1기당 가격은 1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약 2조∼4조원) 수준으로, 한 번 수주에 성공하면 LNG운반선 6척에서 12척 가량 계약을 따낸 것과 맞먹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설비로 꼽힌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발주가 예정된 카타르 LNG 프로젝트와 추가적인 FLNG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정부나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상선 분야에 비해 그동안 주춤했던 해양플랜트 관련 발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삼성중공업에 호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NG 등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FLNG와 같은 해양플랜트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삼성중공업의 경우 매년 2기 이상의 FLNG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SMR·자율운항선박 등 신시장 개척 속도

신기술 개발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35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6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SMR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중에서도 해상 SM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해상부유식 SMR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분야는 현재 업계에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 용융염원자로(MSR)에 대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MSR을 탑재한 추진선 설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SR은 SMR의 일종으로, 사용 주기가 선박 교체 주기와 같아 한 번 탑재시 교체가 필요 없는 원자로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역시 SMR의 일종인 소형용융염원자로(CMSR)의 개념 설계를 완료해 미국선급협회(ABS) 인증을 받았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덴마크 시보그와 사업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CMSR를 바탕으로 하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도 개발 중이다.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의 원격자율운항 시스템 SAS을 탑재한 세계로호의 조타실 내부 모습. 세계로호가 독도 인근을 자율운항으로 항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또다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는 빅3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능화·자율화된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는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규모가 오는 2030년 143억 달러(약 19조원)로, 2019년(71억 달러) 대비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을 탑재해 최근 거제~제주~대만 가오슝항을 잇는 약 1500㎞의 항로를 운항하며 자율운항기술 실증을 진행했다.

이번 항해에서는 자율운항 시스템이 반경 50㎞ 이내의 선박·부표 등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했고, 90번에 걸친 실제 선박과의 조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우회 경로를 안내한 것을 확인했다. 삼성중공업 SAS가 채택한 항로는 숙련된 항해사가 결정한 회피 경로와 90% 이상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안·정진택 ‘투톱체제’ 시너지 본격화…9년만의 흑자 전환 성큼

“HD현대·한화오션과 다른 길” 삼성重, 소리 없이 강한 이유 봤더니 [그 회사 어때?]
삼성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최성안(왼쪽) 부회장과 정진택 사장 [삼성중공업 제공]

이처럼 삼성중공업의 투트랙 전략이 속도를 내는 원동력은 최성안 부회장과 정진택 사장의 ‘투톱체제’가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부회장은 미래 기술과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정 사장은 기존 조선 부문의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면서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중공업에 합류한 최 부회장은 해양플랜트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명으로 분류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내 ‘미운 오리’에서 ‘실적 효자’로 기업을 탈바꿈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에서 13년 만에 부회장급 인사가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사기도 진작됐다. 최 부회장이 합류하자마자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FLNG(약 15억 달러 규모) 수주에 성공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2014년 이후 9년 만의 연간 흑자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1984년 삼성중공업 선장설계부에 입사한 정 사장은 영업팀장, 기술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조선소장을 지낸 조선 전문가다. 2021년 4월 삼성중공업 수장에 오른 정 사장은 취임 2개월 만에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정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2023년에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삼성중공업은 IMO(국제해사기구)의 규제 강화 등으로 친환경 선박 수주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카타르 LNG선 2차 프로젝트 및 FLNG 추가 수주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연내 수주금액은 목표치를 뛰어넘는 120억 달러(약 1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2024년에도 LNG선, 친환경 선박 등의 수주 호조로 매출 기준 수주잔고가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