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삼성 시스템반도체 출신들이 만든 회사
“자율주행 칩 IP 시장 적극 공략”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운전자가 차량 방향 전환이나 감속·가속을 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2+ 수준 자율주행 ADAS(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용 칩에도 저희 AI(인공지능) 관련 IP(설계 자산)가 들어가 있습니다.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상용화된 칩에 들어가는 IP 매출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이하 오픈엣지)의 관계자는 최근 이 회사의 IP 사업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픈엣지는 회사 이름에 나와 있듯 ‘엣지 다비이스’ 시장을 노리고 2017년 창업된 반도체 기업이다. 엣지 디바이스란 어떤 IT 제품의 데이터 전송과 처리가 중앙 서버에까지 전달돼야 가능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 중인 IT 기기 자체적으로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데이터를 저전력, 저면적 반도체를 통해 처리하도록 한 제품을 뜻한다.
요즘 가장 핫한 엣지 디바이스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자율주행 차량 칩을 정조준 하고 IP를 만들어 국내 주요 자율주행 반도체 팹리스(칩 설계 전문)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다른 사업은 하지 않고, AI 반도체 IP 사업만 하는 기업으로 치면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IP는 시스템 반도체들의 구성 단위라고 할 수 있다. 특허 등을 가리키는 ‘지식재산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차량용 자율 주행 칩이나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쪼개보면 결국 IP라고 하는 블록들로 쪼개진다.
해외 IP 기업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ARM이다. 이 회사는 최근 AI 칩 활황 덕에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00조원)의 고지에 오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약 48조원을 치르고 지분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던 기업이다.
국내 기업인 오픈엣지는 ARM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자율주행용 차량 등 AI 반도체칩이 쓰이는 IP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엣지가 IP를 만들면, 이 IP를 팹리스 기업들에 라이선스료를 받고 팔게 된다. 아직 시장 점유율이 크진 않지만, 국내의 자생적인 IP 시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회사 기술력이 주목되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를 설립한 창립 멤버들이 삼성의 시스템반도체인 ‘엑시노스’를 만들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픈엣지는 최근 삼성의 첨단 공정에서 자율주행과 관련된 IP 제작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5나노 공정을 지원하는 8533Mbps LPDDR5X/5/4X/4 PHY(물리계층) IP를 제작했다. 해당 IP를 ‘테이프 아웃(팹리스에서 제품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회사로 설계도가 전달되는 것)’하는 과정을 끝내며, 외부 팹리스 고객들에게 어필 중이다.
오픈엣지는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 25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사업이 호전되면서 매출이 300억원을 넘고 영업손실 역시 5억원에 머무를 전망이다. 내년에는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픈엣지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IP 수주계약 건당 규모도 예년보다 상승하고, 메모리 칩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IP 역시 추가로 개발하면서 이른 시일 내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