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6월 폭염일수 평년보다 많아
정체전선 북상 못하고 남쪽 머물러
지난달 25일 전국 동시장마가 시작됐지만 남부 지역에 물폭탄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중부 지역에는 6월을 시작으로 이번 주에도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남부에 유달리 비가 많이 내리는 이유 중 하나로 ‘엘니뇨’로 인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약화가 꼽힌다. 엘니뇨는 적대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3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 전남 지역 강수량은 243.9㎜로 2021년 6월(116.9㎜)의 2배, 2022년 6월(90.2㎜)의 3배에 이른다.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일주일 늦은 지각 장마 였음에도 6월 평년(1991년~2020년) 강수량 118.7㎜~213.9㎜를 웃도는 비가 내린 것이다. 제주의 6월 강수량은 292.3㎜로 전년 동월(197.5㎜) 대비 100㎜ 가까이 많았고, 경남 강수량 또한 236.8㎜를 기록해 지난해(146.4㎜) 대비 90㎜ 많았다.
반면 서울·경기 6월 강수량은 154.8㎜로 전년(380.6㎜)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장마 기간 비가 잠깐식 내리다 그치길 반복하자 ‘폭염’이 수도권을 덮었다. 6월 서울·경기 지역 폭염 일수는 0.8일로 평년 평균 0.5일을 앞질렀다. 6월 폭염일수는 2022년에는 0.3일, 2021년에는 0일에 그쳤다. 7월 들어서는 주말인 1일부터 이날 3일까지 내리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처럼 장맛비가 남부 지역에 집중되는 이유는 정체전선을 형성하는 한반도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엘니뇨 영향으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체전선은 성질이 다른 2개의 공기 덩어리(기단)가 부딪히는 경계면에서 생기는 비구름대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받아 한반도 위쪽으로 치고 올라가면 정체전선이 대륙으로 밀려가면서 우리나라에는 장마가 종료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엘니뇨는 서태평양 지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웜풀(warm pool)의 따뜻한 공기와 해수가 중태평양·동태평양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뜻한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태평양은 상대적으로 하강 기류가 강화돼 구름을 만드는 힘이 약화된다”며 “이같은 현상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아래에) 묶어두는 역할을 해 엘니뇨 시기 특히 남부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상승 기류를 받아 구름이 형성돼야 한다. 엘니뇨는 수만년간 반복해서 나타난 자연 현상이지만 최근 기후 변화와 합쳐지면서 홍수, 가뭄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을 강화한다.
오는 4~5일 전국적으로 다시 장맛비가 시작되지만 6일이 되면 정체 전선은 다시 제주도~제주도 남쪽 해상 부근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제주도와 전라권은 4일 새벽부터, 수도권·충청권은 4일 오전부터, 그밖의 전국은 4일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중국 내륙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도 같이 받아 시간당 50㎜ 이상 강한 비가 예고된 상태다. 6일 이후에는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이 예상된다. 태양 에너지를 받아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기 불안정이 심해져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도 높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