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북미법인 임직원들 지역 선행 화제
고양이과 들짐승 의미 ‘밥캣’ 따라 자연 수호
주인 교체, 금융위기 거쳐 두산 최대 효자로
‘블루오션’ 농업·조경 시장 개척서 저력 발휘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두산밥캣 북미법인 소속 수석리더인 크리스티나 레드펀 씨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일터에 출근하는 대신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아침부터 비영리 동물보호 단체 직원들과 함께 인근 목장을 돌며 야생 거북이 등 동물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직원 20여명과 함께 작년에 이어 다시 찾은 목장에서 레드펀 씨는 낡은 울타리를 고치고, 야생 동물의 이동에 도움이 되도록 조경 작업을 하는 등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 미국 노스다코타주 비스마크시에 위치한 두산밥캣 스마크 공장 직원들은 최근 덕스 언리미티드(Ducks Unlimited)라는 환경보호 단체와 특별한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다. 덕스 언리미티드는 86년 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단체로, 미국 전역에서 사라지고 있는 습지를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이 단체와 함께 도심 인근의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고 습지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각종 건설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소형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밥캣이 실적 개선과 함께 북미 지역에서 사회공헌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두산밥캣 북미법인 소속 300여명의 직원들은 이달 초부터 2주에 걸쳐 노스캐롤라이나·노스다코타·조지아·미네소타·위스콘신주에 있는 수십여개의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등 집중적인 지역 공헌 활동을 벌였다. 이번 공헌 활동은 ‘두산 데이스 오브 커뮤니티 서비스’(Doosan Days of Community Service)라는 전사적인 봉사 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두산밥캣의 최근 사내 분위기는 창립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두산밥캣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5219억원, 1조716억원으로 지난 2007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12.4%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15% 돌파에 성공했다.
작년 매출의 대부분은 북미 지역(72.5%)에서 나왔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고 전세계 투자가 북미 지역에 몰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북미 건설시장 반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좋은 제품에 더해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리기 위한 두산밥캣 임직원들의 노력이 이번 호실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밥캣의 설립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설립된 ‘멜로이 메뉴팩처링 컴퍼니’가 밥캣의 전신이다. 설립자인 루이 켈러와 시릴 켈러 형제는 용접·수리공으로 지역의 농장주로부터 소형 장비 제작을 주문받으면서 본격적인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형제는 회사 최초의 자체 동력으로 구동되는 로더 M60제작에 성공했으며, 1960년에는 회사 최초의 4륜 로더 M400을 제작했다. 이후 형제는 1962년부터 밥캣이라는 브랜드로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밥캣이라는 이름은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과의 들짐승에서 따온 것이다.
밥캣의 등장으로 건설 현장 사람들이 기존 스키드로더를 아예 ‘밥캣’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세계 소형장비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멜로이 컴퍼니는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한 건설장비 회사에 팔리게 됐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07년에는 한국의 두산그룹이 약 5조원 규모의 거액을 들여 회사 인수를 전격 결정하면서 글로벌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5조원은 당시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금액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인수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은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그래도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건설장비 수요가 늘면서 두산밥캣이 새 도약기를 맞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호황기가 시작되면서 명실상부한 효자 계열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두산그룹은 밥캣 인수 후 17개에 이르던 EMEA(유럽, 중동아시아 및 아프리카) 산하 법인을 8개로 재편하는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을 하는 한편, 연구개발(R&D) 강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여기에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공헌 활동도 대대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현재 두산밥캣은 새 블루오션인 GME(농업 및 조경용 장비)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GME 부문은 지난해에만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북미를 넘어 본격적인 유럽 진출에 나섰다.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2021년 미국 레이더 센서 전문 기업인 아인슈타인을 시작으로 미국 상업용 잔디깎이 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인 그린지와 지분 투자 형태의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무인·자동화 기업들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농업 신기술(애그테크) 소프트웨어 회사인 애그토노미에 지분투자를 했다.
미국 리서치 전문기관인 마켓리서치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자율주행 농업용 장비 시장 규모는 107억 달러로, 향후 5년간 연평균 21% 성장해 오는 2027년 285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은 전통적으로 개인을 중심으로 농업과 조경장비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서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데 성공한 두산밥캣이 GME 시장 개척에 있어서도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