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등 1%대 중반 전망…코로나19·금융위기 등 제외 가장 낮아

재정적자, 연간 전망치 육박…물가 자극 우려도 지출 제약 요인

대외여건 악화에 뚜렷한 방도 없어…부문별 미시 대책 거론

韓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위기 수준…손발 묶인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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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면서 금융위기·외환위기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커지는 나라 살림 적자 과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에 가용할 수 있는 정부의 카드는 줄어드는 형국이다.

14일 주요 기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5%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7%에서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에서 1.6%, 한국은행이 1.7%에서 1.6%로 낮춘 데 이어 국책연구원마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을 줄줄이 낮추면서 작년 말 제시된 정부의 전망치(1.6%)는 높은 편에 속하게 됐다.

이들 기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한국경제는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0.7%),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인 1998년(-5.1%)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폭의 성장을 하게 된다.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이다.

경기 둔화에도 정부가 쓸 수 대책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3월까지 54조원 적자로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전망치(58조2천억원)에 육박했다.

2월과 3월 두 달간 월평균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0조원을 넘으면서, 올해 재정적자가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경기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재정지출이 제약되는 상태를 뜻한다.

지출 대비 세금 수입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경정예산은커녕 올해 확정된 예산을 지출하기에도 빠듯해진다.

건전재정 기조를 표방하며 추경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빚을 추가로 내지 않는 이상 추경은 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이 된다. 향후 경기가 어려워지더라도 재정당국의 대응 수단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경기 상황도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전년 동월 대비 기준)로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2%를 넘는 수준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9개월째 4%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물가를 자극해 민생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현재의 경기 둔화 국면이 주로 수출 부진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였는데, 순수출의 기여도가 -0.1%포인트였다. 순수출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네 개 분기 연속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대외수요 악화로 부진하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수출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 대외 여건이 경기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수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출·투자 활성화를 위해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나온 '경제협력 기반 강화'로 요약된다. 미국·일본·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력을 강화해 그들 국가의 투자를 끌어내고 반도체 산업 등에서 '윈윈'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 가는 상황에서 관광 등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겠다는 의미도 녹아있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 대신 부문별 활력을 높이기 위한 미시적인 대책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추경 등을 통해 대거 돈을 풀어 물가를 섣불리 자극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문에 필요한 만큼만 지출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말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지역 골목상권·소상공인 등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관광을 활성화하고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