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낮추면 담합으로 볼 수도”

작년 4조 추정, 대안 마련 부심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야금야금 오른 송객 수수료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앞둔 면세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면세업계가 리오프닝을 앞두고 40%까지 치솟은 송객 수수료를 손보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이 최근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송객 수수료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송객 수수료는 통상 여행사가 방문 여행객을 모은 데에 대한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코로나19 기간에 하늘길이 막히자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업체마다 송객 수수료는 다르지만 지난해까지 급격히 올라 40%에 이르렀다. 물건을 팔아도 매출의 절반 수준밖에 못 남기는 셈이다.

2021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1개 면세점 업계 송객 수수료는 3조8745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발발 첫해인 8626억원보다 4.5배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송객 수수료가 약 4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한국면세점협회는 2월부터 송객 수수료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업체 별로 수수료 지급 현황과 방식을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면세 업체가 개별적으로 대응이 어려운 만큼 협회가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렸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송객 수수료를 낮춰야하는 데에 동감하면서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면세업체끼리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낮춘다고 하면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송객 수수료 인하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면세업계는 2021년 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호텔 신라 면세점 부문의 4분기 매출은 1조1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반면, 영업 손실은 1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강도 높은 할인을 진행한 탓에 4분기에 영업손실 243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직전 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1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면세업황이 나아지면 송객 수수료도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중국의 한한령 조치와 신규 면세 업체의 진입으로 송객 수수료가 40%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오면서 송객 수수료는 다시 10%까지 낮아진 바 있다.

면세업계는 5월 노동절을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힘들더라도 하반기에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 때를 위한 (송객 수수료 인하) 밑작업을 지금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