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박스권 장세가 반복되며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채권형 펀드 시장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채권형 펀드 순자산이 7년여만에 처음으로 주식형펀드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의 순자산 총액(공모ㆍ사모 합산)은 63조4105억원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순자산 총액(62조5647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채권형펀드가 주식형펀드의 순자산보다 많았던 것은 지난 2007년 6월(주식형 39조5401억원, 채권형 44조7792억원) 이후 무려 7년5개월만의 일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00년대 중ㆍ후반 불어온 펀드 붐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순자산 85조원를 돌파하는 등 주식형 펀드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29조원대까지 순자산이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급락 이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반면, 채권형 펀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올해 들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유럽ㆍ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과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계속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한 것이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57%에 달했다. 11개월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 구간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2.85%의 성과에 그쳤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5.49%에 달하는 등 외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초 이후 2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로는 2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유입됐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지난 2월 설정된 ‘우리단기국공채 1[채권]C1’의 설정액이 8000억원을 넘어섰고, 초단기 채권형 펀드인 ‘KB KStar단기통안채상장지수(채권)’, ‘우리단기국공채플러스 1[채권]_A1’ 등도 자금몰이에 나서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채권 금리 하락과 대외경제 불안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단기 국채를 주로 담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성장도 여기에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채권형 펀드의 강세가 중ㆍ장기까지 이어질 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 등 다른 자산은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시점에서 비교적 전망이 뚜렷한 채권 시장에 기관 등의 단기 자금이 몰렸다”며 “하지만 중ㆍ장기적인 금리 상황과 기관의 수급 정책에 따라 자산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가) 향후에도 강세를 이어갈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