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청와대의 ‘정윤회 동향보고’ 문건 보도로 촉발된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란이 연말정국을 달굴 뇌관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자동부의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의 첫 적용으로 해마다 12월말까지 끌었던 여야의 예산전쟁은 싱겁게 끝나게 됐지만, 예기치 않은 청와대 내부문건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포스트 예산국회’의 전운이 여의도 주변을 감돌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 실시 문제 등으로 여야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이번 ‘문건 파문’은 연말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산적한 과제를 떠안은 여권으로선 이번 사건의 파장 여하에 따라 자칫 국정운영과 경제살리기의 동력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감수해야할 형편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여권 전반의 응집력과 화합을 깰 수도 있는 미묘한 ‘문건 파문’이 불거짐에 따라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당장 박 대통령이 1일로 예정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등장하고, 심지어 ‘권력암투설’로까지 세간에 번지고 있는 이번 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이 만약 이날 회의를 빌려 언급을 한다면 청와대가 이미 밝힌대로 검찰수사를 통해 문건의 진위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지길 바란다는 수준에서 발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은 모처럼 만난 이번 호재를 정치쟁점화해 연말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일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정윤회 게이트’라고 성격규정하며 적극적으로 이슈화를 시도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등 이른바 ‘십상시’들의 국정개입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내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분명한 입장과 엄정한 처벌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사안인만큼 검찰 수사로는 진상규명이 난망할 것이라는 것 역시 불 보듯 뻔하다”며 “당 진상조사단과 운영위를 비롯한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 등 전방위적 조사와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당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의 외부 인사도 추가로 인선하는 등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 문제는 청와대가 관련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한 만큼 진실 규명의 열쇠는 이제 사법당국에 맡기게 됐다”면서 “사법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사실을 밝혀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야당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공세에서 벗어나 인내심을 갖고 사법 당국의 수사를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정치연합이 유언비어에 풍문 수준의 조잡한문건을 갖고 부화뇌동하는 것은 국정을 흔들어보려는 불온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