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군사 원조 프로그램 예산 2조6500억원 편성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지 방문을 거절한 것을 두고 독일 내에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비를 10억유로(약 1조3288억4000만원)를 편성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을 대비해 독일이 중화기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서방 동맹국과 우크라이나의 압박에 군사 지원금 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퇴짜’ 맞자 독일 내 비판 여론이 확산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는 변함이 없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군사 원조 프로그램 예산을 20억유로(약 2조6576억8000만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ARD방송에 따르면 이 중 10억유로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독일의 군사 원조 프로그램은 위기를 맞은 협력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돼 왔다.
앞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1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국빈 방문 도중 우크라이나 방문을 ‘퇴짜’ 맞았다며 지난 13일 발트 3국·폴란드와 키이우를 찾을 계획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방문을 거절한 공식 입장을 전하지 않았지만,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과거에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외교 관계를 이어갔던 이유 때문이라고 외신은 해석했다.
이에 독일 정치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사회민주당(SPD) 원내대표 롤프 뮈체니히는 “우크라이나에 가해지는 러시아의 위협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대표들이 최소한의 외교 질서를 갖추길 바란다”며 “또한 독일 정치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비난했다.
마이클 로스 독일 연방하원의 외교위원회 의장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 최고 대표자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이었다”며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이런 결과가 벌어진 데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로스 의장은 지난 12일 독일 연립정부의 다른 두 의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서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들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가치 있는 대화였다”고 말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슈타인마이어의 방문보다는 숄츠 총리의 키이우 방문을 더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실질적인 집행권을 가진 숄츠 총리가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볼프강 쿠비키 자유민주당(FDP) 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숄츠 총리의 방문을 부추겨 군사적 지원을 하도록 압박을 줬다면 그 행동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지원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신문사 ‘디벨트(Die Welt)’의 논평가 자크 슈스터는 “독일은 전쟁 발발 이후 키이우의 가장 큰 재정적 기부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