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마스터스 인간승리 드라마

퍼트 난조 최종 47위 마감 불구

갤러리 “플레이 다시 볼수있어 감사”

셰플러, 메이저 첫승 ‘그린재킷’

임성재 공동 8위 ‘두번째 톱10’

고통 견디며 완주…“생큐, 타이거” 기립박수
‘돌아온 황제’타이거 우즈가 마지막날 4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FP]

18번홀 관중석에 앉아있던 패트런(갤러리)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린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황제를 뜨거운 기립박수로 맞기 위해서다. 우승에 한참 못미친 성적. 붉은 셔츠에 검정색 바지의 최종라운드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흘간 72홀을 완주한 그에게 팬들은 연신 “생큐, 타이거”를 외쳤고, 그는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말했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첫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2022 마스터스 챔피언은 스코티 셰플러였지만, 히어로는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였다. 자동차 전복사고를 이겨내고 출전한 대회서 72홀을 걸어서 마친 우즈의 경기는, 비록 우승과는 한참 멀었지만 그가 왜 ‘골프황제’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우즈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 골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6타를 잃고 최종합계 13오버파 301타를 기록, 47위에 자리했다. 컷을 통과한 52명의 선수 중 최하위권이다.

6오버파로 자신의 마스터스 최악의 라운드를 기록한 전날처럼 이날도 퍼트가 크게 흔들렸다. 3, 4라운드에서 3퍼트를 6번이나 했고, 라운드 당 평균퍼트 수가 31.25개에 이르렀다. 우즈는 전날 “퍼트를 1000개쯤 한 것 같다”고 했다.

2019년 대회 만큼의 짜릿한 우승은 없었지만 마스터스는 올해도 ‘우즈 게임’이었다. 다리를 절단할 뻔한 중상을 딛고 1년 4개월 만에 복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골프계가 흥분했다. 역대급 흥행에 기념품이 날개돋힌 듯 팔리면서 총상금이 전년대비 30%나 증가했다. 마스터스 총상금이 1500만 달러를 돌파한 건 역대 최초다. 우즈는 난도높은 코스에서 스무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거뜬히 컷을 통과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수만명의 갤러리는 그런 우즈를 향해 “힘내라 우즈” “생큐, 타이거” 등을 연호했다. 그의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위안을 얻었다. 버바 왓슨도, 컷탈락한 브라이슨 디섐보도 우즈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 뒤 그를 끌어안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제 두번째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디오픈이다. 150주년을 맞는 올해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다. 우즈가 두차례 우승한 코스다.

우즈는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이번 대회 출전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업적이다.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응원해줬다. 감사하다”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내가 뭘 해야할지 알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셰플러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른지 3주도 안돼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그린재킷의 새 주인이 됐다. 셰플러는 이날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이날만 8타를 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맹추격을 3타차로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270만 달러. 지난 2월 피닉스오픈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지 불과 58일 만에 4승을 쓸어담은 셰플러는 두 달 동안 무려 843만 달러의 거금을 챙겼다.

임성재는 이날 3타를 잃어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2020년 준우승에 이어 두번째 톱10이다. 김시우는 공동 39위, 디펜딩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공동 14위에 랭크됐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