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상 “LTV만으로도 효과 기대”
전성인 “금리인상 속도맞춰 완화”
성태윤 “고소득 차주엔 더 완화”
서지용 “대출 적은 저소득자 배려”
한은도 “저소득자 규제 보완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률적 규제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DSR 강화 시 취약계층의 유동성 제약이 우려된다며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집마련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완화하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다만 공약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풀어줄 것인지, 풀어준다면 어떤 방향이 좋은 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현재 대출만이 아니라 부동산 규제 등도 전방위로 급격하게 풀려고 하고 있는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하나의 원칙만은 잡고 있어야 한다”라며 “그게 바로 DSR,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려야 한다는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DSR은 유지한 채, LTV만 풀어도 주거사다리를 놓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가령 연소득 6000만원(통계청, 신혼부부 평균 소득) 차주에 대해 DSR 40%(금리 4%,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를 적용하면 4억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데, 이는 수도권 중위가격 주택(6억5000만원) 대비 LTV 65% 수준이다. 신혼부부 LTV 최대한도인 80%에는 못미치지만, 현재 수준(투기과열지 50%, 조정대상지 60%)보다는 늘어나는 것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대출 증가 효과는 더 커진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DSR 완화는 필요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 대출 규제는 한국은행이 가격(금리)을 인상해 통제해야 할 것을 안해서, 금융당국이 수량(대출총량)으로 통제한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향후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DSR 완화를 주장하는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률적 규제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어떤 차주에게 규제를 더 완화할 지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은 미래 소득을 현재의 자산과 연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을 막으면 현재 자산이 없는 젊은층의 내집마련이 막힌다는 점에서 DSR 완화가 필요하다”며 “모든 차주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상환능력에 맞춰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차주에게 DSR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소득 차주는 대출이 너무 적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저소득 차주를 더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DSR 규제가 강화되면 소득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유동성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선별적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 취급된 신규대출을 대상으로 DSR이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시행된 DSR 2단계(총부채 2억 초과 차주 규제)는 가계대출을 9.7%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었고, 3단계(총부채 1억 초과 차주 규제)는 13.4%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3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10%였는데, 3단계가 적용됐었다면 5.5%로 낮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분석은 LTV 규제가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 향후 DSR이 어떤 효과를 낼지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LTV가 70%로 완화될 경우 DSR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DSR의 가계대출 억제효과는 일정 정도 낮아지는 면이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