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이 호남 출신 ‘5명의 회장’에 좌우될 전망이다. 박삼구 현 그룹 회장의 경영권 회복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4명의 다른 호남 출신 회장들의 행보가 변수가 되는 구도다. 그룹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에 대해 이들 5명의 회장이 나눠들고 있는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40%를 훌쩍 뛰어 넘는다.
현 박삼구 회장을 제외하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는 전남 보성 출신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다. 최근 금호산업 지분 6.2%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향후 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수익기회를 노렸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번 투자를 실무지휘한 호반건설 전중규 사장은 외환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출신이다. 외환은행도 금호그룹 채권단의 일원이어서 금호산업 속사정에 정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금호산업 지분(8.83%)을 보유한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는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그룹 소속이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박삼구 회장의 광주일고 후배다.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의 금호산업 지분은 채권단 보유지분(발행주식의 57%)이 과반을 유지토록 하는 핵심이다.
금호산업에 출자전환해 주주가 된 채권단에는 KB국민은행도 주요하게 참여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윤종규 신임 회장은 광주상고 출신이다. KB국민은행의 금호산업 지분률은 외부에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출자전환 당시 공시된 국민은행 지분률은 1.62%, 국민은행이 주도하는 DKH유한회사는 지난 해 10월 4.82%의 지분을 신고했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상호출자를 피하기 위해 매각한 금호산업 지분 13%를 총수익맞교환(TRS) 방식으로 매수한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도 호남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신증권 창업자이자 이 회장의 시아버지인 고(故) 양재봉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의 대표적인 금융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당초 알려진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이 아닌 대신증권을 금호산업 지분 매각의 거래상대방으로 택한 것도 호남 인연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 채권단은 내년 상반기 중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지만, 가격이 변수다. 다른 인수후보자가 박 회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수가를 제시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금호산업 기업가치가 관건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인수자금 조달 부담이 적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가치가 출자전환 가치에도 못미친다면 채권단의 지분매각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근 금호산업 시장가치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 지위 덕분에 높은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지만 작년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규모 적자다. 향후 1년간 갚아야 할 장기차입금도 2800억원이 넘는다. 호반건설의 지분매입으로 상승했던 주가도 금주들어 급락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