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막판 감정적 언사 쏟아내
판세 흔들 ‘한방’ 없던 마지막 토론
중도·부동층은 최종 판단 참고할듯
‘기계적 균형’ 집중한 포맷 보완 지적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마지막 법정 TV토론회도 앞선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두 양강 후보의 불꽃 튀는 난타전으로 마무리됐다. 두 후보가 그간 쌓였던 감정의 앙금을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토론답지 못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 토론회”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 나왔다. 특히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깊이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토론 포맷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李-尹 쌓였던 앙금 노출…씁쓸한 뒷맛 = 지난 2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 TV토론회(사회 분야)는 막판 주도권토론 시간에 극심한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흐르며 마무리됐다. 특히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조카 살인사건 변호 문제와 대장동 의혹을 쏟아내는 대목에선 두 후보가 감정이 폭발한듯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마지막 토론이다보니 앞선 토론에서 쌓였던 앙금을 보복하는 식으로 흘러 시청자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고 총평하며 “윤 후보는 준비 부족의 위기를 여전히 노출했고, 이 후보는 내로남불 함정에 계속 빠져있는 것 같다”고 양강 후보 모두를 혹평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후보는 계속 대장동 얘기만 하고 이 후보는 규칙 지키라고 하면서 본인도 다른 후보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않았나”며 “두 후보의 감정싸움이 심하다보니 자꾸 벗어나는 얘기로 흘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역시 “(윤 후보의) ‘이거 보세요’ 같은 적절치 않은 표현도 있었고 워낙 마지막까지 치열하고 그동안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어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막판까지 자질 부족을 드러냈다고 본다”며 “이 후보도 윤 후보와 충돌하는 대목에서 참았으면 좋았을텐데 적대적 감정이 남아있더라”고 평가했다.
긍정적 평가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집중됐다.
이 교수는 “토론을 잘한 사람은 심 후보밖에 없었다”고 했고, 엄 소장은 “심 후보가 차분하게 토론 이끌었다고 볼 수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큰 비전보다는 디테일에 함몰되는 ‘디테일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평했다.
마지막 TV토론이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박 평론가는 “판세를 흔들만한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고, 최 원장은 “기존 이재명, 윤석열 지지층은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 원장은 “중도 부동층들은 앞선 4차례 토론을 보면서 관찰하고 채점해온 것을 이날 마지막 토론을 통해 판단을 정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건 토론이 아니라 정견발표…포맷 보완 필요” 지적도 = TV토론회 룰과 구성 자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기계적 시간 분배가 우선되다보니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자 개입 시간과 후보들이 질문하는 시간을 빼면 실질적으로 답변하는 시간은 한 후보당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마저도 한번 동문서답 하고나면 끝난다”며 “이건 토론이 아니라 정견발표장”이라고 지적했고, 박 평론가는 “중요한 대목에서 시간이 지났다고 넘어가버리면 토론을 뭐하려고 하느냐. 국민들이 기계적 균형을 위해 TV토론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토론 방식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잇따랐다. 이 교수는 “후보자 1명씩 나와서 중립적 전문가들과 안건별로 검증하는 방식 등 네거티브 없이 후보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포맷의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고, 엄 소장도 “토론이 유권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던 건 오히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 했던 일대일 토론, 무제한 토론 등 다양한 방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