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정치인’ 尹 새시대위 합류
2030여성·진보 외연 확장 물꼬 텄지만
당 안팎에서 “당 노선 흔들린다” 우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지예 한국여성네트워크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씨를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에 앉힌 윤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성)와 진보 진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장 국민의힘 안에서는 “신 씨는 젠더 등 여러 이슈에서 우리와 다른 입장이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심상찮다. 당 홈페이지에도 신 씨 영입에 반대하는 지지층의 글이 게시됐다.
신 씨는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3지대의 힘이 약한 지금)여성이 더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양당 구조 속 후보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검찰총장으로 범죄와 싸웠고, (제가)직접 만났을 때 여성 안전만큼은 보장하겠다는 말을 했다.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벗어던지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등 그간 국민의힘의 기조와는 엇나갔던 신 씨는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키도 했다. 그는 “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만약 충돌이 생기면)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신 씨 영입으로 특히 이대녀 표심 공략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대남(20대 남성) 등을 중심으로 신 씨에 대한 반발 기류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청년조직 관계자는 통화에서 “‘용광로 선대위’를 넘어 당의 지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대위에서 고문을 맡은 홍준표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신 씨 영입에 대해 “큰 실수”, “잡탕밥”, “정신 나갔네요”라고 맹폭했다.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하태경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젠더 갈등을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 씨 영입을 반대한다”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장 당원 게시판에도 “기괴한 조합”, “신 씨 영입은 선을 넘었다”는 등 신 씨를 비판하는 글이 거듭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윤 후보가 선출된 후 대규모 탈당 행렬이 있었던 것처럼 ‘제2차 탈당’ 움직임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당원은 당원 게시판에서 “신 씨 덕분에 탈당하고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글을 썼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이미 ‘탈당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그간 신 씨와 페미니즘을 놓고 몇차례 맞붙었던 이준석 대표도 “당의 기본 방침에 위배되는 말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탐탁치 않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경민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신 씨 영입을 놓고 “몇 번 쓰다 버리면 된다”는 표현을 써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윤 후보는 신 씨의 영입을 두고 ‘당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신 대표도 대화해보면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신 씨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뛰었을 때 그를 후원했던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 씨에 대해)염려하는 부분들이 저에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약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