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에너지업체 3곳·개인 8명 여행금지·자산동결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금줄 주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간의 무력충돌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민간군사업체 바그너(Wagner) 그룹 제재에 나섰다.
EU는 13일(현지시간) 외무장관 회의 직후 성명에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바그너 그룹, 에너지업체 3곳, 개인 8명에 대한 자산동결, 여행금지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직원 대부분이 정부 부처 출신인 바그너그룹은 크렘린을 대신해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그너는 전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위협과 불안을 야기했다”며 “제재 대상은 고문, 사법 외 즉결과 처형, 살해 등 심각한 인권유린과 일부 국가의 불안정 활동들과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바그너는 리비아, 말리, 시리아, 우크라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반정부 분리주의 세력에 용병을 제공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EU 등 서방은 바그너를 러시아의 대리조직으로 간주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바그너는 서방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그림자부대로 통한다. 바그너의 자금줄로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목되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급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중 단골 손님인 푸틴 대통령의 눈에 띄어 일약 재벌로 큰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다. 2016년 미국에서 미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EU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군사정보국(GRU) 출신 디미트리 유트킨도 이름을 올렸다. EU는 유트킨이 바그너그룹의 창립자이자 우크라이나 용병 배치 작전을 기획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바그너가 러시아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미국과 EU가 혹독한 경제제재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한 뒤 나온 것이다.
보렐 대표는 “EU 모든 외교장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러시아에 정치적 결과, 경제적 댓가를 치르게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이번 제재는 제한적 수준으로 러시아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했다.
대러 제재 조치로서 독일과 러시아 간 직결 가스관 ‘노드스트림2’ 중단이 거론되지만, 겨울철 유럽 지역 에너지 가격 상승이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독일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녹색당 공동대표 출신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신임 외무장관은 13일 독일 ZDF TV에 출연해 노드스트림2는 EU 법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동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노드스트림 프로젝트를 반대해온 녹색당과 달리 올라프 숄츠 신임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여왔던 터라 숄츠 총리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르보크 장관의 발언 직후 13일 유럽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1월물 가격은 10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인 11% 뛰었다. 유럽 전역에서 가스 재고 수준은 62.8%로, 통상적인 겨울철 기준보다 10%포인트 이상 밑돌고 있으며, 내년 3·4월에는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FT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