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한반도 비핵화 포함 99개항 공동선언문 발표
인도, 미 제재 압박에도 러시아산 S-400 이달 도입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인도와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 구축을 비롯한 전방위 협력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연례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국방, 무역, 에너지, 우주 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체 99개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92항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서 견고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목적 달성을 위한 대화를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2019년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미-중, 미-러 대결이 가열되는 가운데 여러 세계 지정학적 현안에서 인도와 러시아가 바짝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회담은 3시간 30분간 이어졌다. 모디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인도와 러시아의 우정은 변함없다.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인도를 열강이자 오래된 친구로 생각한다. 연합 훈련 등 군사 협력 분야에서 지속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고 화답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양국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유효한 10년간의 군사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러시아로부터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이달부터 도입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날 처음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2+2회담’에서 미국의 방해 활동을 비난하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계약도 이행되는 중”이라며 “우리 인도 친구들은 인도가 주권국이며 누구에게서 무기를 살지를 스스로 결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한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AK)-203 60만 정 이상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코르바시(市) 공장에서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측은 2025년까지 양국 무역 규모를 현재 약 1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확대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밖에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원자력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일정으로 이날 오후 인도를 찾았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방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