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값, 위험선호·미국채 수익률 급등에 1.6% 급락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제유가가 미국 원유 재고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원유 공급 우려가 지속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07달러(1.48%) 오른 배럴당 7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거래일 연속 올랐으며 해당 기간 4.28% 상승했다. 이날 마감가는 7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03달러(1.35%) 상승한 배럴당 77.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원유재고가 201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멕시코만 지역의 공급 제약 모멘텀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며 “공급 제약은 지난주 대규모의 원유재고 감소에 반영이 됐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의 원유재고는 350만배럴 가량 줄어든 4억1400만배럴로 201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 전략 헤드는 원유재고가 4억1400만배럴 근방까지 떨어졌다며 미국의 생산량이 해당 주간에 50만배럴 늘어난 하루 1060만배럴로 늘었으나 여전히 허리케인 아이다가 오기 전인 1150만 배럴보다는 적다고 말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덜 매파적이었다는 소식에 주식 등 위험자산이 오르면서 유가를 떠받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단기적으로 중국 헝다그룹 디폴트 가능성 등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해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에너지 시장 전망은 계속된 경기 회복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공급은 안정적이라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금값은 위험 선호 현상의 귀환으로 6주일만의 최저수준으로 급락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설에 따른 불안감이 진정되면서다. 미국 국채 수익률도 급등하면서 금가격을 압박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발표한 통화정책이 매파적인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29.00달러(1.6%) 하락한 온스당 174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10일 이후 마감가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전날 종가대비 8bp이상 오른 연 1.39%에 호가되면서 금가격을 압박했다. 헝다의 파산설이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진정국면을 보이면서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위험선호 심리 빠르게 회복됐다.
이에 앞서 연준이 전날 2022부터 금리 인상을 예고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금리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은 금가격에 비우호적인 요인이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SIA 자산운용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콜린 시진스키는 “이번 하락세는 개선된 투자자의 자신감과 완화된 두려움을 중심으로 한 요인의 조합과 관련돼 있다”고 진단했다.
오안다의 선임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위험선호가 복귀하면서 미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금 가격이 다시 자유낙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키트코닷컴의 수석 분석가인 짐 와이코프는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파월 연준의장의 미국 경제 성장 및 고용에 전망은 낙관적으로 들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과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판단할 때 연준의 회의 결과는 미국 통화정책이 비둘기파적 성향은 아니지만 너무 매파적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