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피아수사국 보고서…한계기업 헐값 인수해 정부보조금 편취

‘고리대금업자’로 변신한 이탈리아 마피아…코로나 틈타 경제 침투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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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이 고리의 자금으로 한계기업을 사들여 돈을 버는 등 코로나19 대유행을 악용해 국가 경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에 따르면 반마피아수사국(DIA)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 마피아 조직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몰수 자산은 2억8700만유로 상당으로, 작년 상반기(8800만유로)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가 작년 2월 이후 줄곧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은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증가 폭이다.

최고 수위의 봉쇄로 가계와 기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때 마피아는 오히려 경제 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자산을 불렸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마피아 조직은 코로나19 유행 와중에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거나 고리의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더 빨리, 더 광범위하게 기존 경제시스템에 침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렇게 마피아 손에 들어간 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챙기는 창구 역할을 했으며,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공공 조달 참여와 ‘돈세탁’ 수단으로도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DIA는 특히 마피아 조직들이 이러한 수법으로 유럽연합(EU)에서 제공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코로나19 회복기금까지 가로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U 회복기금 1915억유로(약 260조원)에 자체 예산 306억유로(약 42조원)를 더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2221억유로 규모의 단기 경기 부양 및 중장기 경제 구조 개혁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라이(RAI) 뉴스는 DIA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마피아 조직이 과거의 ‘피를 보는 전략’ 대신 시간이 갈수록 기업 시스템으로의 소리 없는 침투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코사 노스트라·스티다·카모라·은드란게타 등의 마피아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DIA는 이 가운데 해외 수익 사업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조직으로 은드란게타를 지목했다.

이탈리아반도 앞굽에 해당하는 칼라브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은드란게타는 2000년대 들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며 시칠리아를 거점으로 한 코사 노스트라를 제치고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으로 부상했다.

은드란게타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마약 거래망은 대서양 넘어 아메리카 대륙까지 뻗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