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출 한도 9~10월 초과 전망
목표 수정 않는 한 대출 잠글 듯
집값·전셋값 높아져 대출 늘었는데
집공급 안하고 대출잡아 실수요 곡소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8월까지만 해도 벌써 올해 관리 목표치에 거의 육박하는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를 수정하지 않는 한 10월부터는 대출을 조이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닫아야만 한다는 관측이다.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인 집값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출만 잡으려다 보니 실수요자 곡소리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87조4000억원이다. 매월 11조원씩 늘어온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이 1631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증가액을 81조6000억(5%)~97조9000억원(6%)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8월 말보다 10조원만 빚이 더 늘어나도 올해 목표한 한도를 다 채우게 되는 것이다. 9~10월 중 한도 초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미 시중에서는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다 못해 닫히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미 한도를 다 채워 대출을 중단했으며, 농협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며 타은행의 대출도 거의 한도까지 도달해가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도 상품별로 대출을 중단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추석 이후 더욱 강도 높은 대출 관리 계획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때문에 생긴 가계부채의 문제를 부동산 정책으로 풀지 않고, 금융정책으로 풀려한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7년 6억1000만원에서 올해 11억8000만원으로 두 배 올랐다. 2017년에 서울서 담보인정비율(LTV) 40%로 주택담보대출 받을 수 있는 돈은 2억4000만원인데, 지금은 4억2000만원(9억 이하는 LTV 40%, 9억 초과는 20%)이다. 집값이 상승해 담보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LTV를 아무리 조여도 대출가능 금액이 올라가는 것이다. 전세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급격히 올라갔다는 말은 즉, 소득 대비 집값이 급격하게 올라갔다는 말과 같다.
결국 해법은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전셋값을 잡아야 대출가능금액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인데, 공급은 막아놓고 대출을 조여서 집값, 전셋값을 잡으려 하니 실수요자들의 곡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증가율을 4%로 맞춰야 하는 내년에는 고삐가 더 조여든다. 올해 증가율 6% 달성에 성공해 연말 잔액이 1729조4000억원이라 가정했을 때, 연간 증가액을 69조2000억원으로 맞춰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같은 속도(월평균 11조 증가)라면 금융사들이 반년만 대출 영업을 하고 문을 닫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