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감염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고 생각” 궁내청 장관 발언 파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 왕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5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명예총재인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오는 23일 예정된 올림픽 개막식에 마사코(雅子) 왕비를 동반하지 않고 혼자 참석해 개회 선언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대부분의 경기장에 관람객을 수용하지 않는 무관중 시합을 추진하고 대회 관계자의 출석도 대폭 줄이는 상황 등을 고려해 당국이 이런 대응을 검토 중이다.
1964년 히로히토(裕仁·1901∼1989) 당시 일왕은 일본에서 처음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 선언을 하러 갈 때 나가코(良子) 왕비를 대동했다.
올림픽 헌장은 개최국 원수가 개회 선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올림픽 때 나루히토 일왕 부부를 비롯한 일본 왕실 구성원은 경기장에 가서 시합을 직접 관람하는 것을 보류할 전망이라고 NHK는 전했다.
앞서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 때는 일왕과 왕족들이 경기장에서 관람했으나 올해는 이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대회가 진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상황 속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왕실은 올림픽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궁내청(宮內廳) 장관은 “폐하(나루히토 일왕을 의미함)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한다고 배찰(拜察·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하고 있다”고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니시무라 장관이 자신의 추측이라는 형식으로 말했지만 일본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궁내청 수장의 발언이라서 올림픽에 대한 나루히토 일왕의 생각을 사실상 대신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장관이 본인의 견해를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반응하는 등 일본 정부는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개막식은 현장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대폭 줄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애초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회식에 선수 외에 IOC나 후원 기업 등 관계자 등 약 1만 명을 입장시키려고 했으나 대부분 경기의 무관중 개최가 결정된 가운데 개회식 참석자를 수백 명 규모로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