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흥 올림픽’의 꿈 멀어져…약 25조원 규모 경제 손실 전망
백신 접종 완료 비율 12.01%에 불과…확진자 급증·변이 발생 공포 여전
일본인 78% “올림픽 정상 개최 반대”…절반 “즐길 기분 아니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은 인류 역사 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장밋빛’을 꿈꿨던) 일본의 바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아픔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 성과를 전 세계에 자랑했던 1964년 도쿄올림픽과 달리,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를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개막도 하기 전부터 기피 대상이 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25조원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 효과는 이제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154억달러(약 17조5560억원)가 투입됐다.
여기에 도쿄(東京) 등 수도권은 물론 홋카이도(北海島)와 후쿠시마(福島)에서 열리는 경기까지 포함해 전체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기로 결정되며, 약 9300억원에 이르는 판매 입장권까지 환불 조치됐다.
당초 선수를 비롯해 약 18만명의 외국인들이 대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며 ‘올림픽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수차례 입국자 규모를 축소했고 지난달에는 5만3000명까지 줄였다. 팬데믹 속에 활발한 여행과 소비 진작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은 7월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교통·숙박 등) 지출이 1309억엔(약 1조366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올림픽 완전 취소(4조5151억엔, 약 46조8031억원)’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벌써부터 올림픽 종료 후 예상보다 늘어난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를 두고 일본 중앙 정부와 지자체인 도쿄도(東京都)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여기에 경제적 이익이 급감한 탓에 불만이 쌓인 올림픽 스폰서들이 조직위와 IOC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불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전망하기도 했다.
12.01%·78%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도쿄에선 ‘긴급 사태’ 발령 속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탓에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폭발적 감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는 도무지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전체 일본 인구 대비 1회 이상 접종률은 32.38%였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12.0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올림픽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도 여전하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개최국 일본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국제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의 조사 결과 일본인의 78%는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 있다’ 혹은 ‘매우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2%에 그쳤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지난 17일 전국 유권자 108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일본 국민의 48%가 ‘즐길 기분이 아니다’라고 했고, 17%는 ‘원래 기대하지 않았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대회 도중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질 경우 일본 국민들의 분노가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예상도 우세하다.
최근 발표된 지지(時事)통신의 7월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국정수행 동력 상실 단계까지 떨어졌다.
올림픽 성공 개최를 통해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만들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물러나는 ‘단명 총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로이터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