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박스권 갇힌 현대차·기아
파업 및 반도체 부족 우려에 투심 악화
하반기엔 강력한 수요 바탕 수익성 개선 기대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상반기 역대급 판매량을 달성하고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노조 파업과 지속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리크스에 발목이 잡히며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7일 전일보다 1.69% 하락한 23만2000원에 거래 마쳤다.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2거래일을 제외하곤 보합이나 하락세를 기록했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초 상승세 이후 반년 넘게 23만원선에서 횡보 중이다. 기아의 주가 흐름도 비슷하다. 기아는 7일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도 연초 이후 8만원 중반에서 옆걸음하고 있다.
이달초 현대차와 기아의 상반기 역대급 판매량이 공개됐지만 주가는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에만 80만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8일 현대차 노동조합의 파업 투표가 가결된 데 이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투심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업 이슈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금·단체협약 13차 교섭을 가졌지만 노조의 반대로 결렬됐다. 임금인상, 성과급, 정년연장 등에서 의견을 달리하면서다. 이에 노조는 지난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찬성률은 83.2%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파업이 진행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올초부터 고질병처럼 이어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은 출고 적체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투싼, 아이오닉5, 쏘렌토 하이브리드, K8하이브리드는 신규 계약 후 출고까지 반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악재에도 완성차 업체의 주가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먼저 노조의 파업 결의는 향후 교섭 압박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일부분 수용하면 인건비 상승 등이 예상되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업 이후 임단협 협상에 따른 원가상승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판매가격 인상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차질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해석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은 5월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가 전망된다"면서 "다만 현대차는 경쟁사 대비 공급 차질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반도체 재고를 통해 생산 차질이 양호한 상황 속에서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강력한 수요가 있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더 놀라운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