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퇴직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재단 주관 심사위원 셀프 선임
서울연구원장 사표후 대학으로
SH公 사장 퇴임 직전 측근 인사
市 산하 기관장들 ‘모럴해저드’
서울시장 교체기를 타고 서울시 산하기관장들의 도덕적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기관장이 퇴임 이후 해당 기관의 민간 심사역을 맡으려하거나 측근 인사를 승진 규정을 바꿔가면서 승진시키고 퇴임하는 등 시장 권한대행 체제의 레임덕을 활용한 사적 이익 추구 사례가 여럿 감지되고 있다.
LH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한 이해충돌방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9일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달 30일 재단이 주관하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의 운영위원회를 열어 현 기관장인 최경란 대표를 올해 열리는 3회 행사의 심사위원에 선임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의 임기는 오는 15일까지다. 그는 디자인재단 대표 몫인 당연직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곧 사임할 기관장이 자신이 제정한 상의 심사위원으로 ‘셀프 임명’ 하려는 시도여서 기관 안팎에서 뒷말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1·2회 행사와 수상작 등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점 등 발전적 방향을 논의하는 게 맞지, 차기 심사위원을 본인이나 본인 측근으로 미리 선임해 ‘대못’ 질을 하는 행위가 윤리적, 도의적으로 맞는 것인가”라며 개탄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2019년 제정된 국제 행사로 지속 가능성, 창의와 혁신, 공공과 공유, 참여와 협력, 삶에 주는 선한 영향력 등을 심사해 주는 상이다. 대상 상금 1억 원과 운영비 등 행사에 드는 대략 10억 원의 예산은 모두 시민 혈세다. 지난 1·2회 때 대상작은 모두 해외 프로젝트에 돌아갔다. 심상위원회 심사위원 5명 중 4명이 외국인 전문가이며, 1명은 국내위원이다. 이 1명 몫을 최 대표가 차지할 경우 국제적인 행사의 위상에 걸맞은 조직과 운영이란 좋은 취지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꼴이다. 인력 풀이 적은 국내 디자인계의 풍토와 특수성을 감안해도 친소 관계에 의한 자리 나눠먹기로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다만 서울시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재산등록의무자)가 퇴직 후 3년 내 재취업할 수 없는 취업제한 기관에 비상설 위원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시 조사과 관계자는 “법령, 규정이 명확치 않아 유권해석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경란 대표는 “(심사위원직에 대해)퇴임 후 추대받으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가, 본보 취재가 들어가자 “일체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운영 및 심사와 관련해 어떤 직책도 맞지 않을 것이며 사업에 어떤식으로든 개입하지 않겠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최측근인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들어간 것도 뒷말을 낳는다. 박 전 시장 마지막 임기 중 ‘왕의 남자’로까지 불리던 서 원장은 지난해 4월 3년 임기를 연장했으나, 박 전 시장 유고 이후 지난 2월에 사표를 냈다. 이후 지난 3월 1일자로 3년 임기의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들어갔다.
비전임 교원 임용 규정에 따르면 1급 이상 공무원이나 그에 준하는 사람, 총장 추천 인사 등은 최대 30%를 넘지 않도록 돼 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 교수들이 이미 많은 만큼 서 원장이 총장 추천 몫으로 갔는 지는확인되지 않았다. 한 시립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초빙교수가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앞서 보궐선거일인 지난 7일부로 임기연장 기간을 꽉 채워 퇴임한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경우 퇴임 직전에 본인과 학연으로 얽힌 측근 인사를 1급으로 승진시켜 논란을 키웠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