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이 1990년 걸프전쟁을 앞두고 한국에 전쟁 기여를 압박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외교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들이 포함된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1014권(33만여쪽)을 원문해제(주요 내용 요약본)하고 일반에게 공개했다.
이라크를 겨냥한 ‘사막의 폭풍’ 다국적군 작전을 개시하기 한달 전인 1990년 12월 17~19일 미국을 방문한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은 미 국방부 칼 포드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와 리처드 솔로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만났다. 포드 부차관보는 반 국장에게 한국의 군 의료진을 사우디 측에 파견하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 측이 사우디 측에 대해 계속 진전 상황을 점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첫 미군 사망자가 나오면 미국 여론이 우방국의 지원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우리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의 친구들이 취한 행동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솔로몬 차관보도 “6·25 사변 시 미국의 도움을 받은 바 있는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는 미국 여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한국에 지원을 기대했다. 솔로몬 차관보는 “본인은 GATT(상품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문제와 걸프 위기가 한미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반 국장은 “능력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의 상대가 미국에서 사우디로 바뀌어 군 의료단 파견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 국장은 정부가 다국적군 지원으로 약속한 5000만 달러를 11월 추가 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했고, 조만간 미 측에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반 국장은 방미 계기 더글라스 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도 만나 소령과 중국과의 관계개선 현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 국장은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와 평화구조 정착을 위해 소련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국가 간의 건전한 쌍무적 관계로서의 관계 개선 추진이며 우리가 소련과 지역 또는 세계적 차원에서 파트너로서의 관계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