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만류에도 사의 표명 굽히지 않아

“중심 못 잡는 민정수석 대응 부적절”

신현수 비판 나선 與…김용민 “윤석열의 그림자가 보인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신 수석을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여당은 신 수석이 주변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문재인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이 하고 싶은대로 검찰인사를 하지 못했다고 직접 말하지 못하니 중간에 있는 민정수석 사의표명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친검 기자들, 언론이 동원되어 검찰의 의도대로 열심히 방향을 잡아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검찰청법상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제청권자는 법무부장관”이라며 “나머지 등장인물인 검찰총장이나 민정수석은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뭔가 불법적인 것처럼 냄새를 피워대는 형국에서 검찰이 늘 하던 언론플레이가 오버랩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 자의든 타의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민정수석의 대응은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려고 한 것은 오만한 윤석열 검찰이 하던 행동이다. 이번 사태에서 다시 윤석열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저 혼자만의 착각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간 외부 대응을 자제하며 여러 채널을 통해 신 수석 설득에 나섰지만,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의사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소수의 고위급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신 수석 설득에 나섰음을 강조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말 동안 여당 내 기류는 비판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신 수석이 여러 차례의 만류와 우려 표명에도 본인 고집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만 주는 모양새가 됐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검찰개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검찰의 논리가 앞세워졌기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것으로 본다”며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논리가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거듭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 마무리와 법무부-검찰 갈등 봉합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임명 2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박 장관이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며 신 수석을 논의에서 배제하자 ‘다시는 박 장관을 보지 않겠다’는 취지로 주변에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신 수석의 사퇴로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