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 인터뷰

“생후 7개월, 아기판다는 건강한 상태”

“중국 돌아가는 판다, 번식·유전 생각하면 꼭 필요”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 [사진=우원희 PD]

[헤럴드경제]굳이 대한민국 판다의 '족보'를 만든다면 강철원(52) 에버랜드 사육사는 시조 내지는 그 조력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사육사 경력 33년. 강 사육사는 그중 오랜 시간을 판다와 보냈다. 1994년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아 판다 부부 밍밍과 리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강 사육사가 둘을 맡아서 키웠다. 이후 한국에 들어온 판다 부부 아이바오(만 7세, 2013년생)와 러바오(만 8세, 2012년생)도. 둘의 딸인 아기판다 푸바오(생후 7개월)도 강 사육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할아버지 사육사'다. 여기에는 오랜 사연이 있다. 밍밍과 리리가 IMF 외환위기로 1997년 중국에 돌아가고 강 사육사가 판다 사육 기술 연수를 받기 위해 2016년 그곳을 찾았는데, 리리가 연수를 받으러 온 강 사육사를 알아봤다고 한다. 중국 연구자들은 강 사육사를 '진정한 판다 아빠'라 부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 사육사는 '판다 아빠'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할아버지 사육사는 그다음 세대인 아기판다 푸바오가 태어나면서 생겼다. 이전까진 판다 아빠였는데, 동료 사육사들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시킨 손녀를 봤으니 판다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강 사육사 삶의 많은 부분에서 판다와 맞닿아 있다. 집에서 자다가도 판다 걱정에 잠을 설칠 정도라고 한다. 강 사육사의 핸드폰엔 판다사진이 가득하다. 판다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는 사육사로서 판다의 모습을 기록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올설연휴도 가족대신 판다 가족과 보냈다. 생후 7개월을 맞은 아기판다 푸바오의 육아 일지도 쓴다. 아내는 그런 강 사육사에게 "딸들 태어났을 때도 안 쓰던 육아일지를 쓴다"며 장난섞인 핀잔을 줬다. 강 사육사는 "사육사와 사육사가 담당하는 동물은 가족같은 유대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설 연휴 무렵,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강 사육사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강 사육사에게 생후 7개월을 맞은 아기판다 푸바오의 상태와 판다 가족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후 7개월 된 아기판다, 아직은 엄마 젖만 먹는 상태

강 사육사가 아기판다 푸바오와 교감중인 모습. [사진=이채연 PD]

- 아기판다 푸바오의 상태는 어떤가. 건강한 상탠가?

= (인터뷰 당일 기준) 태어난지 203일차고 체중은 17kg을 넘었다. 아주 건강하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어린 상태다. 위생적으로도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그런 상태기도 하다. 현재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며 많은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자는 것도 엄마가 원래 자던 곳에서 잔다. 엄마가 대나무를 먹을 때는 엄마 옆에 앉아서 '엄마가 무얼 먹는걸까, 무슨 맛으로 먹는 것일까' 지켜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대나무를 씹어보고. 엄마가 나무에 올라가면 그걸 지켜보고선 '나도 저기 올라가고 싶다' 이런 느낌으로 올라가본다.

- 푸바오도 지금 대나무를 먹고 있는 건가?

= 아니다. 푸바오는 지금은 엄마 젖만 먹는다. 생후 9개월 정도가 돼야 대나무를 먹기 시작한다. 지금은 대나무를 씹는 정도다. 그 과정을 통해서 '엄마가 이런 맛으로 대나무를 먹는구나' 하고 느끼는 정도다. 처음에는 엄마가 먹기 때문에 '뭐지'하면서 대나무를 장난감이자 놀이대상으로 봤다. 앞으로 2개월 정도 있으면(현재 생후 7개월) 대나무를 삼키고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 그때면 대나무를 먹게 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엄마 젖만을 먹는다.

- 엄마의 섭생에서 많은걸 배운다면, 엄마의 성격도 닮게 되는지? 엄마와 아빠의 성격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 그렇다. 판다들은 엄마가 자식의 육아를 도맡는다. 판다로서 삶이 형성되는 데 엄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아빠(러바오)는 장난기가 많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다. 엄마(아이바오)는 야생성이 강하다. 예민하고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주위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도 한다. 무언가에 놀라면 그걸 빨리 인지하고 더 위험한 게 있는지 이런 것들 빨리 파악한다. 입이 짧은 러바오와 다르게 아이바오는 먹성도 좋은 편이다. 푸바오가 엄마의 습성을 물려받으면 영리하고 건강한 판다로 성장할 것 같다.

- 푸바오가 엄마말고 사육사에게 배우는 것은 없나?

= 판다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

- 뭔가?

= '가급적이면 엄마나 아빠 관점에서 놀아 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친구는 사람하고 친한 것 보다는 판다의 습성을 가지고 있는게 좋기 때문이다. 사람위주로 놀아주는 것들은 동물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장난치고 놀더라도 엄마가 장난치고 노는 수준에서 같이 놀아 주려고 한다. 그런 부분을 크게 신경쓰고 있다.

- 푸바오가 사육사를 알아보기도 하나?

= 특별히 알아본다는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를 보면 푸바오가 장난을 많이 치려고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 사람들도 그렇다. 엄마·아빠는 잘못하면 혼내 주고 그러는데 할아버지는 마냥 예쁘게, 손자·손녀를 같이 놀아주고 그런다. 그때문인지 푸바오도 엄마랑 놀 때랑 나랑 놀 때, 다른 느낌 있다.

4년 뒤 중국으로 떠나는 아기 판다... '아쉬움'보단 '판다의 삶' 생각해야

아기 판다 푸바오의 출생 당시. 강 사육사가 아기판다 출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에 초를 꽂아 축하하고 있다. [사진=에버랜드]

- 푸바오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할아버지 사육사란 별명을 얻었다. 근데 나이로 치면 큰삼촌뻘 아닌가. 그런데 강제로 할아버지가 됐다. (현재 강철원 사육사는 50대 초반)

= 별명이란 건 사실은 남들이 붙여 주는 것이다. 제게는 선택권이 좀 없는듯한데 (웃음) 사실은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별명이 붙은 데는 사연이 있다. 1994년 중국에서 리리와 밍밍이라는 판다가 왔을 때 내가 사육을 맡았다. 이 둘이 1997년 돌아갔는데, 18년 뒤 중국에 가서 리리를 만났는데 나를 알아보더라. 중국 연구자들이 내게 '당신 정말 진정한 판다 아빠다'라며 '판다 아빠'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리고 이번에 푸바오가 태어났다. 판다 아빠였는데 판다 가족이 딸을 났으니, 자연스레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여진 거다. 할아버지라는 별명 좋다.

- 설날이다. 할아버지 관점에서, 손녀와 또 판다 가족에게 세뱃돈을 준다면 어떨까?

= 글쎄.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만약에 준다면 엄마인 아이바오는 10만 원 아빠인 러바오는 5만 원, 푸바오는 만 원 정도 생각하면 적당할 것 같다. 이유가 있다. 판다들은 야생에서도 짝짓기하면 수컷은 바로 떠나 버린다. 엄마 혼자서 임신 출산 육아를 다 책임진다. 그래서 아이바오에게 지분이 가장 많은 거다. 그뒤 아빠 지분을 좀 던거고. 푸바오는 어리기 때문에 어떤 그 돈의 맛을 모르지 않겠나. (웃음)

- 덕담도 해주실 수 있나?

= '지금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하고 싶다. 출산 전에는 아이바오가 출산과 육아에 경험이 없어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이바오가 과정에 맞게 푸바오 케어를 잘 하고 있다. 푸바오도 엄마 가르쳐 주는 대로 정상적인 궤도에서 성장을 아주 잘 하고 있다.

- 혹시 푸바오에게 사람의 말을 가르칠 수 있다면?어떤 말 가르치고 싶으신지?

= 할아버지 사랑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이런 말을 가르치고 싶다. 평소 애정표현을 느낌으로 많이 주려고 하고 있다.

-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서 푸바오를 향한 애정이 묻어난다.

= 당연하다. 사육사들은 자신의 동물하고 교감을 한다. 사육사는 자기가 기른 그 동물들, 특히 푸바오처럼 어렵게 노력해서 얻은 그런 아기 동물들은 사육사와 깊은 연대감을 느낀다. 쉬는 날도 판다를 생각하고 보고 싶어진다. 출근할 때는 '놀러 온다', '판다 구경하러 간다'는 느낌으로 설렌다. 푸바오 사육일지도 깨알같이 쓰고 있다. 그 사육일지를 쓰는데, 하루는 그걸 본 아내가 '당신 딸 낳았을 때도 그렇게 꼼꼼하게 기록했냐'고 물었다. 많이 찔렸다. 딸들 낳을때는 이렇게까지 신경을 못 썼는데 이런 느낌으로 딸들한테도 미안할 정도였다. (웃음)

(에버랜드는 갖은 노력 끝에 아빠 엄마 판다의 자연 교배로 푸바오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멸종위기종인 자이언트 판다는 출생 자체가 큰 경사로 여겨진다. 그런데 생후 약 100일 간은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푸바오는 이를 견뎌내고 건강히 자라고 있다.)

- 푸바오가 4년 뒤에는 중국으로 가야 한다. 그런걸 생각하면 애틋함 같은 건 없는지?

(중국이 고향인 모든 판다는 모두 중국 정부의 소유다. 다른 나라에 있는 판다들은 모두 중국에서 임대돼 생활하고 있다. 중국 소유인 푸바오도 더 자라서 성체가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 많은 분들이 푸바오가 돌아가야 하는 데 서운하신 것 같다. 사실은 얼마 후에 간다라고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단지 푸바오가 자라는데 한 4년 정도가 걸리는 상황이다. 빠르면 4년이내에 푸바오도 성 성숙이 이뤄진다. 그러면 이성 친구를 만나면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성 친구가 없지 않나? 엄마와 아빠만 있다. 이성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돌아가야 맞는 것 같다.

= 조금 전문적인 얘긴 것 같긴 한데, 판다 같은 경우는 서식지가 넓지 않지 않다 보니까 혈연관계가 겹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걸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푸바오도 이제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야생에서 번식을 시켜서 혈연관계를 넓히고, 유전 관계를 띄어 가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돌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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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획·편집=유충민·우원희·이채연PD

디자인=허연주·변정하 디자이너

글·진행=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