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의” 박범계 법무장관 첫 취임일성…尹과 ‘밀당’ 시작? [피플&데이터]

문재인 정부 4번째 법무부장관인 박범계 장관이 1일 취임했다. 곧 단행될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그동안 이어진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구도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이날 박 장관에 대한 취임식(사진)을 열었다. 취임식 열리기 직전 박 장관은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를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30분 가량 면담했다. 다만 인사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취임식에서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며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했다. 박 장관은 “절차적 정의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검찰권 행사를 포함하는 의미”라며 “이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 4번째 법무부장관으로, 박상기 전 장관은 2017년 7월~2019년 9월까지 2년 2개월가량 재임했다.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취임한 조국 전 장관은 임명 35일만에 자진 사퇴했지만, 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해 1년여간 재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무리하게 윤 총장과 갈등을 빚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 임기가 오는 7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검찰 출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 장관과 함께 청와대와 검찰 사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언급했다. 윤 총장에 대한 해임 징계가 추진되던 지난해 말과는 다른 분위기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박 장관은 19~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3선 의원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연세대 법학과로 진학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 판사로 임관했다. 2002년 사직 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호 법률특보로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쌓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해 법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인사 동의를 얻지 못한 27번째 장관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3차례 검찰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청법 34조는 검찰 인사시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되,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검찰 인사가 단행되더라도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윤 총장이 퇴임하고 후임자가 임명되면 큰 폭의 물갈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 최대 관심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여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국내 주요 사건을 처리하는 일선청으로 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임 가능성과 고검장 승진 형식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좌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