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구매 익숙…3대 옥션 주고객으로
코로나에도 시장 살리고 주류로
보석·한정판 스니커즈 등 상품 다양화
아시아 콜렉터 세계 경매매출 30% 차지
K아트마켓, 온라인 경매 작년比 2.6%
밀레니얼 콜렉터가 세계미술시장의 주류로 등극했다. 적어도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쪼그라든 미술경매시장에선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밀레니얼 콜렉터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세계 미술시장을 살렸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온라인 실시간 옥션, 스트리밍 구매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세계 3대 옥션의 주요 고객으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세계미술경매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월드스트리트저널은 소더비는 2019년 대비 12% 줄어든 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크리스티는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45억달러, 필립스는 11%줄어든 6억4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경매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음에도 10~20%대 매출감소에 그친 이유로는 온라인 비딩 방식의 적극적인 도입이 꼽혔다. 소더비는 2020년 380여회 온라인 경매를 진행 총 5억7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 129건, 80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에선 고가 작품을 팔지 못한다는 편견도 깨졌다. 소더비는 지난 6월 전세계에 동시 스트리밍 실시간 온라인 비딩 시스템을 도입, 프란시스 베이컨의 1981년작 ‘아이킬로스 오레스테이아에서 영감을 받은 3부화’(Triptych inspired by the Otrsteia of Aeschylus)를 8500만달러에 낙찰시켰다. 전화나 서면응찰보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실시간 응찰이 늘어난 것도 밀레니얼 콜렉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다.
밀레니얼 콜렉터들은 현대미술 외에도 보석이나 명품 가방, 한정판 스니커즈 등 다양한 상품의 매출을 이끌었다.
크리스티 홍콩에서는 7월에 블루 다이아몬드를 1590만 달러에, 소더비 제네바에선 핑크색 다이아몬드를 2660달러에 판매했다. 특히 2020년엔 아시아 지역 콜렉터들이 큰손으로 등장했는데, 크리스티는 “아시아 콜렉터가 세계경매매출의 30%넘게 차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콜렉터보다 더 많이 사들였다. 최고가 랭킹 20위중 9점이 아시아 콜렉터의 손에 들어갔다”고 했다. 세계미술시장 1위를 유지하던 미국의 지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콜렉터들은 매드사키, 미스터 두들 등 어번스트리트아트 작가들과 하비에르 카예하, 다니엘 아샴, 카이싱 렁 등의 작품을 주로 사들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오프라인 경매 규모는 줄었지만, 온라인 경매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방식 때문에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기도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아트마켓 2020 경매시장 결과 분석(11월까지)에 따르면 온라인 경매는 226억원으로 지난해 220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서울옥션도 2020년 온라인매출이 전체 16%를 기록했다. 2019년 9.3%대비 급등한 수치다. 서울옥션측은 “제로베이스 등 특색있는 온라인 경매 활성화로 20~30대 콜렉터들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코로나19가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밀레니얼 콜렉터가 세계미술시장의 주류로 남을 것인가 하는데 있다. 여전히 콜렉터들은 아트페어나 비엔날레, 프라이빗 갤러리 투어 등 오프라인 경험을 선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잔 기요기 시티 프라이빗 뱅크의 아트 어드바이저리 팀장의 말을 빌어 밀레니얼 콜렉터에게 “예술품은 사는 것이 파는 것보다 쉽다”며 “값비싼 교훈을 치를 수 있으니 입찰 광란에 휘말리지 말라”고 전했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