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지역화폐 통한 전국민 지급’ 반대 재확인
“경우에 따라 방역조치로 사정 나아진 분도 있어”
“국가 차원에서 지역화폐 지급 채택할 이유 없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난지원금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시 설전을 이어갔다. “우리는 원팀”이라는 표현을 쓰며 협력을 강조했지만, 정부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제안에 정 총리가 선을 긋는 등 의견 차이는 여전한 모습이다.
정 총리는 7일 오전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전 국민 보편지원’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밝힌 바처럼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 생각한다”며 “정부는 지사님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민생 우선 정책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어떠한 경제지표도 민생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이 지사에 대해 정 총리는 “이번 지원대상인 대면업종 종사자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름으로써 우리 사회에 커다란 이득을 안겨줬지만 이로 인한 손해는 오롯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짐이 되고 말았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보상하고 책임지는 일은 마땅히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해야 할 사명이자 사회연대의 소중한 가치”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지원받지 못한 국민 가운데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급박하다”며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병 차단을 위한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업종에서 경우에 따라 사정이 나아진 분들이 계신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사님의 애정 어린 조언을 귀담아 듣겠다”고 언급한 정 총리는 지역화폐를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도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되어야 한다”며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정 총리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협력을 강조했지만,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지역화폐를 통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4일 정 총리의 신년 인터뷰를 언급하며 “지역화폐를 통한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다시금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의 척도가 GDP 대비 부채의 비율이기에 적극적 재정지출로 GDP를 방어하지 않으면 약도 안쓰고 병이 악화되기만 기다리는 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