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겪은 ‘코로나19’ 주요 주제 등장
문학·첨단기술 등 다른 장르결합 시도
정상화·줄리안 오피 등 개인전도 화려
2월 26일 광주비엔날레 시작으로
순연된 행사들 속속 개막 예정
휴관일이 개관일보다 많았던 2020년이었다. 2021년 신축년은 어떨까. 한국 미술계의 새해 계획을 살펴봤다. 코로나19에 한껏 움츠러 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정상화 기대가 크다. 지난해 끝내 개막하지 못했던 비엔날레와 전시들도 모두 개막 일정을 알렸다. 다만 코로나19로 미래 상황이 불안정하니, 굵직한 해외 거장의 대규모 개인전이나 기획전이 사라진 점은 아쉽다.
▶전시주제로 돌아온 코로나19=전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미술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새해에는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전시들이 펼쳐진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19 재난과 치유’(5~8월·서울관)전에서 팬데믹시대 사회와 개인의 관계, 그 속에서 개인의 삶을 고찰하는 전시를 개막한다. 예술가들이 받아들인 코로나19와 그 극복방법이 현대조형언어로 펼쳐질 예정이다.
아트선재센터도 비슷한 시기 ‘겹쳐진 표면의 틈’전(5월)을 개최한다. 이번 전지구적 전염병으로 인류가 겪은 불안이 개인과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삼청동에서 나란히 열리는 전시이니 만큼 기획자의 시각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선 1월 학고재갤러리는 팬데믹시대를 주제로 인간의 몸과 세상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획전 ‘38℃’를 개최한다. 소장품을 위주로 하며, 몸·정신·물질·자연 등 4가지 범주에서 관계성을 탐험한다. 강요배, 이우성, 장재민, 팀 아이텔, 애니시 커푸어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문학·첨단기술과 현대미술의 만남=문학이나 첨단 기술 등 서로 다른 장르간 결합을 시도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대 문학과 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때’가 오는 2월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이상, 구본웅, 박태원, 김환기, 이중섭 등 문인·미술가 5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각종 원본 자료 150여점이 전시된다. VR, AI,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 최첨단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줄 ‘융복합 프로젝트’2도 같은 시기 서울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두 전시 모두 지난해 예정 됐으나 순연된 전시다.
기관간 협력으로 탄생하는 전시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기관의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전을 7월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도 SF소설가와 연계하는 ‘궁극적 소나타’(가제)를 3월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개인전=국내외 유명작가들의 개인전 라인업도 화려하다. 먼저 대규모 개인전으로는 한국 단색화의 대표주자 정상화와 국민화가 박수근의 전시가 각각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5~9월)과 덕수궁관(11월~22년 2월)에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예정이던 이불 작가 개인전을 오는 2월부터 4월까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아트선재센터는 대만 비디오 아트 선구자인 천제런, 이주자의 복합적 정체성을 신화 및 리서치와 결합해 작업하는 제인 진 카이젠, 중견작가 이수경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갤러리들도 빅샷의 전시를 준비했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단색화 거장 박서보를 비롯 박찬욱, 안규철의 개인전을 연다. 안규철 작가는 모두 동 갤러리에서 4년만의 전시다. 해외 작가로는 루이스 부르주아와 줄리안 오피의 전시가 예정됐다.
갤러리현대는 한국실험미술의 대가인 이강소와 전위예술을 이끌었던 이건용을 비롯 유럽에서 한국 수채화와 서예의 전통을 서양 추상예술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김민정, 서울과 미국LA를 오가며 활동하는 젊은 작가 이강승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학고재갤러리는 2월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인 윤석남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 연작과 설치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각가 최수앙, 조성희 작가,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톰 안홀트의 개인전도 차례로 열린다.
PKM갤러리는 개관 20주년 페피 보트롭, 신민주, 호르페 하르도, 백현진, 필립 파레노, 서승원 작가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뤄졌던 비엔날레들 일제 개막=짝수해를 화려하게 수 놓을 예정이었으나, 올해로 순연된 비엔날레들도 차례로 개막한다. 국내 최고·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2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린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6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대안적 ‘인텔리전스’로도 읽힐 수 있는 샤머니즘을 통해 삶과 죽음, 건강과 욕망에 대한 치료 체계를 돌아보며 한국 샤머니즘 의식, 공동체적 트라우마, 가부장적 폭력과 여성무당의 역할에 주목한다. 공동예술감독인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냐 진발라는 “팬데믹시대 결연, 연대, 우정, 회복이라는 가치가 지닌 중요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오는 9월 8일부터 11월 21일까지 열린다. ‘하루하루 탈출한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내년 행사는 ‘도피주의와 맺는 새로운 관계’라는 주제로 오늘날 대중미디어에 나타나는 현실 도피의 다양한 양상에 주목한다. 참여작가는 총 41팀, 예술감독엔 융 마 프랑스 퐁피두센터 큐레이터가 선정됐다.
한편, 사립미술관들의 행보도 주목 할 만 하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3월 재개관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지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한 뒤, 상설전만 개최 개점휴업상태였다. 그마저도 코로나19때문에 휴관에 들어갔다. 미술계에서는 재개관 후 리움의 운영위원장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대들의 핫스팟으로 꼽히는 디뮤지엄은 한남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수동으로 이전한다. 서울숲 바로 앞에 위치하며, 전시장 공연장을 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