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휴직·감원…여행사 10개월 내내 ‘경영마비’

2~9월 754건 공연취소…인디 뮤지션·기획사 붕괴

뮤지컬·연극·국악 공연 등 취소·중단·연기 반복

11월까지 미술품경매 낙찰액 작년보다 34.9% ↓

[문화관광예술 암] 매출 급감…여행·공연·미술시장 ‘최악’
먹구름 아래 멈춰선 미국공항의 여객기. [EPA]
[문화관광예술 암] 매출 급감…여행·공연·미술시장 ‘최악’
11월 인천공항 여행사 부스 풍경. 봄에 갖다놨던 선풍기가 아직도 있고, 고객 응대용 의자는 접힌채 세워져 있다. [연합]

‘-99%.’ 코로나 사태로 가장 힘겨웠던 분야는 관광산업이었다. 한국방문객의 절대다수인 동아시아 여행객들의 3~12월 방한은 작년에 100명, 올해 1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형사 수익기반인 한국인의 출국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랜선 한류열풍이 대단했다고 하지만, 가요계에선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콘서트도 못하고 음반도 거의 내지 못해, 양극화가 뚜렸했다. 미술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고, 공연장은 단군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돌고 있다. 지원정책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여행업계는 2월 중순부터 10개월 내내 경영마비였다. 사무실은 낮에도 야간당직실처럼, 구석에만 전등 한 두 개 켜져있었다.

국내 관광 역시 방역에 협력하느라 크게 위축돼 지방 업계의 매출은 반토막 또는 3분의 1 토막 났다. 매출이 절반이면 수지는 적자다.

NHN여행박사는 직원 95%를 정리했고, 자유투어와 롯데관광도 감원했다. 다른 여행사는 필수인력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을 휴직시켰다. 여행사 1000곳 가량이 폐업했고, 관광-숙박-도소매 분야 일자리 20만개 이상이 사라지거나 휴면상태에 들어갔다.

주요 여행사 매출증감율은 전년 대비 -95~-90%. 여행·숙박·유원시설·MICE업의 총 손실액은 7개월간 9조 원이었고, 연말까지 15조 원으로 예상된다.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은 전업종 평균의 20배에 달했다. 휴직자 월급 선지급, 후 정부지원금 벌충는 구조는 현실에 맞지 않다. 박리다매 일자리 중심인 여행사엔 사내유보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0명 미만의 여행사 수가 전체의 90% 가량인데, 이들 영세업체 사장들은 아무것도 못받고 일용직 시장을 기웃거린다. 여행이 시작되더라도 인프라가 붕괴돼 손님을 못받는 사태도 우려된다.

대중음악계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뚜렷했다. 글로벌 팬덤이 강한 K팝 이외의 모든 음악은 대면공연의 실종과 함께 ‘유령 산업’이 됐다. 음악산업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2~9월 취소된 공연은 754건. 중소 기획사와 인디 뮤지션은 처참히 무너졌다. 중소 기획사의 음반 제작도 줄었다. 연간 70곡을 제작한 한 기획사는 올 상반기 기준 10곡도 제작하지 않았다. 음원수익만으론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온라인 공연 지원, 온라인 공연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온라인 노하우와 제작비 부족도 문제지만, 현장 교감을 중시해온 인디 음악인에겐 대안이 될 수 없는 정책이었다. 홍대 기반 뮤지션들과 공연장은 결국 생계를 위협받았다. 홍대 라이브 공연장 ‘브이홀’은 문을 닫고 말았다.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개봉이 연기되고, ‘사냥의 시간’. ‘승리호’ 등 신작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했던 영화계는 영화진흥위원회 올봄 예측한대로 매출 60~70%가 감소해, 2만여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였다. 지난4월 관객 94%가 감소한 것을 비롯해 지난 9일까지 올 한해 관객은 5840만명으로 IMF때 보다도 힘겨운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제작현장이 멈추었고, 배급과 상영도 비정상적이었다.

미술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아트마켓에 따르면, 올해 국내 미술품경매시장 낙찰액은 1017억 원(11월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9억원보다 29.3%줄었다. 2018년 1814억 원과 비교하면 43.9% 폭락했다.

특히 오프라인 경매 규모가 줄었다. 11월까지 경매규모는 7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219억 원 대비 34.9%, 2018년 1630억 원 대비 51.3% 급감했다. 온라인 경매도 223억 원으로 지난해 220억원 보다 1.4%, 2018년 183억 원 대비 2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낙찰총액 최고작가는 이우환이다. 총 144점이 낙찰돼 낙찰총액 121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4년전 한국미술계를 뒤흔들던 위작논란이 다시 방송에서 제기되면서 뒤숭숭해졌다

공연분야에선 굵직한 내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고, 크고 작은 뮤지컬 연극 클래식 무용 국악 공연 취소와 중단, 연기를 반복했다. 고냐, 스톱이냐를 가늠할수 없는 상황은 숨통을 조였다. 연습실 등지에서 발생한 배우,스태프의 확진 소식은 악재 중 악재였다. 가장 뼈아픈 현실은 수백, 수천명의 생계가 걸린 엄연한 일터가 대중의 시선엔 ‘사치제’나 ‘한가로운 문화생활’로 인식된다는 괴리였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단군 이래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띄어앉기로 공연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공연할수록 손해인 상황이 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산통계에 따르면 올해 공연계 매출은 약 1717억8800만 원으로 지난해 보다 30% 가량 줄었다. 연말 특수는 전면적 실종이다.

함영훈·이한빛·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