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硏·스탠포드대 국제콘퍼런스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협상 막힐 때 1.5트랙 활용해야”

페리 전 美국방 “北, 경제 발전 원하지만 핵무기와 교환 안할 것”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맨왼쪽)가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Stanford CISAC 국제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에선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국장, 월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특사 등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연합]

북미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당국 간 협상이 막힐 경우 1.5트랙(반민 반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2일 자신의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 경험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스탠포드대 국제안보 및 협력센터(CISAC)가 ‘북한의 이해-대북 협상과 교류 경험 공유’를 주제로 공동 개최하고 화상으로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에서 “1.5트랙으로 북한과 25년 간 협의해보면서 좀 더 편안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 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1.5트랙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5트랙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였던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협상에 앞서 서울과 워싱턴DC 소식을 화제로 언급하고 식사나 산책 등 비공식적 방식의 관여에 익숙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은 ‘미국이 세계를 재패하고 있고 우리는 약자다, 언더독’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어 놀랐다”며 “북한은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모든 것에 뒤에는 미국이 있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북한은 남북대화에도 굉장히 저항하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세계의 패자와 얘기할 수 있는데 왜 남측과 얘기하느냐, 미국과 일대일로 대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의 수석대표로 북한과 협상을 벌여 제네바 합의를 이끈 바 있다.

이와 함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대가가 아닌 체제안전보장 같은 정책적 수단을 제공해야한다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향후 어떤 대북협상 대표든 북한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억지수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며 “협상에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제공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원하지만 핵무기와 교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적 보장보다 정책적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평양에 대사관을 두는 것과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것 등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관심분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지난 1999년 10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한 바 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