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김정은 겨냥 ‘최악의 폭군’ 비판하기도

“트럼프 물꼬 튼 北 외교 무시한다면 큰 실수”

블링컨·설리번, 대북정책 판 바꾼다…비핵화, 이란식 해법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바이든 행정부 첫 국무부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료사진.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각각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했다. 미 외교안보의 투톱이라 할 수 있는 국무부 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진용이 새롭게 꾸려진 것이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체제는 대북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선·후임이기도 한 블링컨과 설리번은 북한문제에 있어서 단계별 접근, 대북제재 강화, 국제공조 등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식의 ‘톱다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대북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블링컨은 북한 비핵화문제 해법으로 단계별 접근을 강조해왔다. 그는 언론 대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과 준비,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어떤 환상도 없다. 북한이 내일 무기 전부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는 단계별로 진행해야 할 일이고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외교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공개와 부분적 경제제재 완화, 농축 및 재처리시설 동결과 일부 핵탄두 및 탄도미사일 제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설리번 역시 장기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단기적으로는 핵확산을 감소시키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 2015년 7월 합의한 이란식 해법과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블링컨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북한과 핵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 이란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블링컨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최악의 폭군’, 북한을 향해 ‘최악의 수용소 국가’라며 북한 정권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리번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압박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대북강경론자라고 쉽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관한 블링컨의 과거 행적은 매우 뒤섞여 있다”며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성명들에서는 매파적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종종 자신이 대북관여에 열린 입장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설리번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블링컨에 대한 걱정과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물꼬를 튼 외교를 이어가지 않고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