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없애주세요” 국민청원 등 논쟁 후끈

나경원 前의원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 주장

기재부 “어떤 형식으로든 부의 이전에 과세”

“상속세 폐지” vs “유례없다…부자감세, 글쎄”
재계가 징벌적 상속세로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기업 건물 모습. [연합]
“상속세 폐지” vs “유례없다…부자감세, 글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제당국은 상속세 폐지는 유례가 없고, 부자감세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27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 청원은 하루 만에 2130명의 동의를 얻었다. 전날 시작된 이 청원은 “국가에서 (고 이 회장) 재산 18조원 중 10조원을 상속세로 가져가려고 한다”며 “삼성이라는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에 엄청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8조원 자산도 세금을 다 내면서 벌어들인 돈”이라며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씩 떼어가냐”고 지적했다.

재계는 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보유 주식 평가액이 18조원대이며 이를 상속받기 위한 상속세가 10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전날 SNS에 “캐나다, 호주와 같은 나라는 상속세를 폐지했다”며 한국의 상속세를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 경제단체를 중심으로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토론회서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영속성과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속세를 없애면 2034년까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0.31%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중소기업연구원도 이달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먼저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변광욱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다른 나라에는 상속세라는 세목이 없을 뿐 어떤 형식으로든 부의 이전에 대해 과세를 한다”며 “상속세를 양도소득세에 포함해 내도록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법인세와 소득세를 부담한 자산에 또다시 상속세를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고 했다. 변 과장은 “만약 상속세를 냈다면 취득가액을 조정해 양도소득세를 적게 낸다”며 “아울러 법인세는 경상소득, 상속세는 자산에 대한 과세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상속세의 명목세율이 높은 건 맞다면서도 세율 조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는 상징성이 있는 세목”이라며 “세율을 낮춘다면 부자감세 신호를 주는 것으로 재정상황이나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적용하는 세율 할증률을 30%에서 20%로 낮췄고,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완화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상속세 부과하는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하다. 자녀에게 상속할 때 내는 명목세율은 일본(55%)에 이어 한국(50%)이 두 번재로 높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에 매기는 대주주 상속세 할증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세율은 60%에 이른다.

이에 대해 실제 세 부담은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각종 공제제도가 있어 지난 2018년 상속세 실효세율은 27.9%에 그친다고 반박한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