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호 前차관 현정권 정책 비판
“기업과 정부는 적대자 아닌 친구”
불과 두 달 전까지 경쟁당국의 차관을 지냈던 지철호(사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면으로 현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에 담합 수사권을 준다면 기업은 물론 경제까지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공정위가 조사를 제대로 못한다면 지적하고 견제하면 될 일이지 검찰에 수사 권한을 준다는 건 옳지 않다”며 “처벌에만 치중하다보면 기업은 물론 경제도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0여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지 전 부위원장은 최근 책 ‘독점규제의 역사’을 발간했다. 공정거래법의 역사는 기업 형사처벌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한국 공정위가 2010∼2019년 사이 총 575건을 고발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본은 같은 기간 고발이 4건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중복·과잉수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검찰과 공정위가 업무협약(MOU)을 통해 조사영역을 나눴다고 하지만 법에 명시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시행령에라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발이 확산되면 사회 전반에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기업끼리 같이 담합하자고 해놓고 경쟁 기업을 검찰에 고발해버리는 식의 중상모략이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 공정거래법만 잘 운용해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문구를 인용했다. “기업과 정부는 적대자가 아니라 친구가 돼야 한다” 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