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요↓ 실물경제 위축
가계빚 급증…금리위험↑
충격 발생시 치명적일수
최악 내년 4.5% 역성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은행이 실물경제는 부진하고 자산시장만 팽창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꼬리 위험(Tail Risk·일어날 가능성이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리스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5%까지 곤두박질 칠 수 있는 대위기 가능성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9월)’을 보면 올 2분기말 국내총생산(GDP·명목) 대비 민간신용(기업·가계)의 비율은 206.2%(추정치)까지 치솟았다. 정부 부채를 제외하고서도 우리나라의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관련기사 5면
1분기보다 5.2%포인트 오른 것인데,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민간에 대한 신용공급이 바르게 늘어나면서 상승세가 확대된 것이다.
특히 사실상 제로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도 규제 영향을 받고 있어 일반 국민들도 신용대출 등으로 국내외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용 위험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동산 및 주식 시장에서의 수익추구성향 강화, 가계·기업 부문의 신용축적 등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이 확대되고 실물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신용축적을 억제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과 복원력을 수치화한 신(新)금융안정지수(FSI-Q)는 2분기 현재 70.1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 지수는 높을수록 금융불안 정도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작년말 대비 10% 가까이 올랐다.
한은이 현 금융여건을 반영해 계산한 향후 1년간 최저예상 GDP 성장률(GaR·Growth-at-Risk)은 -4.5%(연율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같이 나올 가능성은 5% 낮은 편이지만, 금융취약성이 축적되면서 실물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금융여건의 반영한 GDP 성장률의 분포의 꼬리 위험(Tail Risk)이 점차 커지는 등 성장률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국내 기업 중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한계기업(좀비기업)이 10 곳 중 2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은 작년 외감기업 중 3475개였던 한계기업 수가 올해는 5033개로 45%나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전체 중 한계기업 비중은 14.8%에서 21.4%로 크게 상승하게 된다. 20% 넘는 기업들이 3년째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처지에 처하게 됐단 뜻이다.
한은은 “기업의 신용위험이 이자유예 등으로 일부 이연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보다 과소평가할 수 있단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