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B구축 공공일자리 동참…'보여주기 식' 정책 비판도
사건 문서에 해시태그 붙이는 작업…디지털 라벨링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준사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청년 공공 일자리 공급에 나섰다. 4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로 코로나19로 어려운 청년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거리과 먼 사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25억1700만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사건 관련 자료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자체적으로 DB 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 자료를 분류하고 라벨링하는 식으로 디지털화해 업무에 활용한다는 게 표면적인 목적이다.
이면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목적이 깔려있다. 범정부적으로 시행되는 공공 일자리 사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를 극복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 5월 공공 및 청년일자리 창출계획과 이달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통해 "데이터 라벨링을 하기 위한 청년 일자리 10만개를 만든다"고 밝혔다.
공정위 사업을 통한 청년 고용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단계기 때문에 향후 정확히 추산할 수 있다"며 "DB구축은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보니 전부처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공정위의 예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 고용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사업을 통해 고용되는 청년들은 '디지털 라벨링' 업무를 맡게 된다. 소송 관련 문서(3500건), 의결서(2만1000건), 심사보고서(2만6000건), 검토보고서(4만5000건) 등 자료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 작성한다. 핵심 단어를 해시태그로 달아 향후 자료를 쉽게 찾기 위한 작업이다.
종이로 된 사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제본된 기록물에서 철끈, 철심을 제거하고 스캐닝하는 일을 해야 한다. DB화된 자료는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미래에 인공지능(AI)이 학습하는 '교과서'로 쓰일 수 있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청년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업무 내용이 단순해 정부가 얘기하는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활동 기간은 4개월 남짓으로 매우 짧다는 한계도 있다. 3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사업인 만큼 연내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단 일자리를 위해 업무를 만들었다는 성격도 강하다. 주객이 전도된 채로 만들어진 데이터가 어떤 효용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꼽힌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주로 노인층에게 공급되던 공공일자리가 청년층에게 옮겨왔다"며 "취업에 목말라 있는 청년들에게 노인과 같은 단순 일자리가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데이터 산업을 키워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 사업보단 규제 혁신을 통한 신산업 개방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