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서 ‘전면전’ 주장 시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옛 소련 연방국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국경 지역에서 사흘째 교전을 벌여 양측 모두 상당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전면전을 통한 영토 탈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카프카스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4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아자드리크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가 국기를 흔들며 정부군을 동원해 아르메니아를 공격,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에서 의회까지 행진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의회 건물에 진입해 창문과 전등 등을 부수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출동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이용해 군중들을 해산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 분쟁을 규탄하기 위해 최대 3만명에 이르는 시민이 이번 시위에 참가했다고 일부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에서 수백 km 떨어진 국경지대에서 지난 12~14일 사흘간 탱크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교전을 벌였다.
이번 교전으로 아제르바이잔 측은 최소 11명의 군인과 1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아르메니아 측은 장성급 및 영관급 장교 2명을 포함한 7명의 군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양국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두고 분쟁을 겪었다.
1988년 소련 붕괴 과정에서 이 지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이탈을 결정하고 1991년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뒤 몇년 동안 이들을 지원하는 아르메니아와 독립을 저지하려는 아제르바이잔 간에 전쟁이 일어나 약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4년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이 성립된 이후 분쟁 지역이 사실상 아르메니아 통치하로 들어갔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이 지역에 대한 주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양측 국경 지역에서 군인들 간에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이 공동의장을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스크 그룹의 중재로 평화협상이 진행돼 왔으나 2009년 이후 교착 상태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러시아와 미국은 모두 양측이 냉정함을 되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무력 충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평화회담 재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이날 교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양측에 자제와 휴전 의무 준수를 촉구했다.
한편,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아제르바이잔 방어를 위한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