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은 달과 견줘 1만800% 폭증

세입 그대로인데 지출 배 이상 늘어

코로나 대응 위해 현금 등 돈 푼 결과

2020회계연도 적자 4450조원 상회할듯

美, 6월에만 재정적자 1천조원 넘어 월간 최대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지난 6월에만 8640억달러(약 1039조원)를 넘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달엔 약 84억달러였다. 1년만에 1만800% 폭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려고 불가피하게 돈 다발을 푼 영향이다.

미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연방정부 세입·세출 월간 현황을 발표했다.

6월 정부 지출은 1조1040억달러를 넘은 걸로 집계됐다. 통상 매달 지출하는 액의 배 이상이다. 세금으로 거둬 들인 돈은 약 2400억달러였다. 재무부가 세금신고 기한을 이달 말까지 늦춘 게 일부 영향을 미쳤다. 세입은 다른 달과 비슷한데 쓴 돈이 많아 적자 폭이 커졌다.

작년 10월 시작해 올 6월까지 2020회계연도의 9개월간 재정적자는 약 2조7443억달러(약 3301조원)에 달한다. 회계연도를 꽉 채우려면 아직 석 달 남았는데, 2019회계연도 전체 적자(9843억달러)의 2.7배 이상이다. 행정부·의회가 최소 1조달러 이상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저울질하고 있어 이번 회계연도 총 재정적자는 3조7000억달러(약 4450조원)를 넘을 게 확실시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런 적자 규모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막대한지 보여준다. 1년 전체 적자가 1조달러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면 너무 많다고 여겨졌는데 연방정부는 올 4~6월에만 2조달러 이상 썼다.

예견됐던 상황이다. 의회는 지난 3월 경기부양법(CARES Act)을 근거로 정부의 2조달러 지출을 승인했다. 국민에게 1200달러 현금을 주고, 중소기업 대상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시행토록 했다. 이 돈을 집행하는데 몇 개월 걸리기 때문에 여파가 이제 장부에 기록됐다. WP는 5~6월 적자가 크게 증가한 건 PPP에 대한 회계방식 변경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재무부가 이전까진 탕감할 수 없는 돈으로 분류했는데, 기업이 갚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내야 하는 돈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美, 6월에만 재정적자 1천조원 넘어 월간 최대치
미 연방정부의 2019~2020회계연도 세입·지출·재정적자 추이. [미 재무부]

커지는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위기가 워낙 심각해서다.

네이선 탱커스 모던머니네트워크 연구소장은 “큰 정부 적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이고, 적자에 반대하는 레토릭(수사)은 생명 유지 장치를 끊자는 것”이라며 “대안은 대규모 채무불이행, 파산 등인데 그건 미국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경제 상황이 나아져 급한 불이 꺼지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이 때문에 백악관과 공화당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안이 필요한 데도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3조달러 규모의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백악관 등은 1조달러를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연방정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말기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역대로 지출을 더 많이 해왔다. 이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했다.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돈을 융통하긴 어렵지 않지만, 적자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