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5개월 만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
부담 증가 우려 北 4개국 및 ‘법치 논란’ 동유럽 반대 기류 거세
미셸 상임의장, 수정 제안에도 합의 가능성 불투명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유럽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이른바 유럽 경제회복기금 설치를 놓고 EU(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교착상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U 정상들은 약 5개월여 만인 17일과 18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긴급 회의을 진행하고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지원 형식과 조건을 놓고 북유럽과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여전히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EU의 한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상 회의로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협상을 위해서는 (정상 간의) 물리적 만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올 초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덮치면서 EU와 주요 회원국들은 잇따라 경제 회복을 위한 기금 마련을 제안해왔다.
그 결과 지난 4월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2021~2027년 EU 장기 예산과 연계된 대규모 경제회복기금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고, 현재 EU 회원국들은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EU 장기 예산안과 7500억유로(약 1020조원)의 경제 회복기금계획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만약 지원금을 놓고 협상이 마무리 된다면 최대 수혜국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4개국이 자국의 부담 증가를 우려해 대규모 공동 채무에 반대, 단순 보조금이 아닌 대출 형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0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EU 장기예산안을 앞서 집행위가 제안한 1조940억유로보다 적은 1조740억유로로 축소 제안했으나 회원국의 심기를 달래는 데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가디언은 “경제 상황이 자유낙하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구제 수요와 자금 지원에 회의적인 북유럽 납세자들의 믿음을 연결시키는 것이 EU의 가장 큰 숙제”라고 전했다.
미셸 의장이 새로운 제안과 함께 제시한 자금 지원 ‘조건’도 반발을 사고 있다. 당시 미셸 의장은 법치 등 EU의 기본 가치 존중을 기금 지원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최근 ‘법치주의 논란’으로 EU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헝가리 등이 반기를 들면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국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치 존중이 조건으로 붙는다면) 경제 재시동도, 이를 위한 예산도, 소모적인 논쟁도 없을 것”이라면서 “법치 논쟁을 할 것이라면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이 된 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