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역할중복 국회문턱 못넘어
정부 발의로 국무회의 의결 앞둬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을 추진한다. 소비자 피해 구제·예방이라는 긍정적 취지를 갖고 있지만 정부 예산과 기업 자금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설립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만간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8일 입법예고를 마쳤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만이 남아있다.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이 개정안의 골자다. 상품 다양화, 신기술 발전 등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역량 강화 활동을 펼치는 기관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교육·정보제공 사업, 분쟁조정·소송 등의 피해구제 사업, 소비자단체 지원, 동의의결에 따른 재단 위탁사업 등을 담당하게 된다.
민간재단 형식이 된다. 다양한 소비자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기금보다는 민간재단 형태로 설립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민간의 의견을 반영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은 공정위와 소비자단체의 숙원 사업이다. 이미 6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 당시 이운룡 전 새누리당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20대 국회 때도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의원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정위 등이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재원과 역할 중복 문제가 쟁점이다. 공정위는 재단 설립 초기에는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다 중장기에는 민간출연금, 재단운영 수익금, 동의의결 지정사업 위탁사업비를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윤경 의원은 기업들이 부당 공동행위 적발에 따라 납부하는 과징금을 주요 재원으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11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서 “초창기에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체 수익 사업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기업들의 동의의결 재원을 재단으로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결국 기업들로부터 돈을 각출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민간재단으로 운영하면 기업에 손을 벌릴 우려가 있다”며 “또 민간 소비자단체가 할 역할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관 주도로 소비자운동이 이뤄진다는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