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위기 당시엔 세수 2조원대 감소…올해 감소폭 10조원대로 확대

법인세-부가세 등 ‘세수절벽’ 본격화…지출은 늘어 재정적자 57조원 급증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세수 감소 규모 및 감소율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수준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폭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수가 지난해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올해 감소폭이 대폭 확대되며 2년 연속 줄어드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부문의 타격이 과거 그 어느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의미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는 코로나19로 인한 세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관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가 줄면서 1~4월 누적 세수가 지난해보다 9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에 재정지출은 급증해 재정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세수 외환·금융 위기때보다 더 악화…역대 최대폭 급감 예고

코로나19 사태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 타격을 받고 기업 수익 감소, 생산·투자·소비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세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총 국세수입이 279조7000억원에 머물러 지난해 실적(293조5000억원)보다 13조8000억원(4.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소폭(1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이러한 세수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엔 2009년 세수(164조5000억원)가 전년대비 2조8000억원(1.7%) 감소했고, 외환위기 당시엔 1998년 세수(67조8000억원)가 전년대비 2조1000억원(-3.0%) 줄었다. 올해 세수 감소폭은 이보다 최소 5배 이상 확대돼 역대 최악의 ‘세수 가뭄’을 몰고올 것이런 전망이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타격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법인세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말까지 소득세 세수가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83조6000억원)보다 4조9000억원 늘어나는 반면, 법인세는 72조2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가세는 70조8000억원에서 64조6000억원으로 6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전망도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1~4월 세수가 8조7000억원 줄어드는 등 세수절벽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고, 세수 진도율(34.6%)도 전년동기(37.3%)대비 2.7%포인트 낮은 상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세수 ‘펑크’가 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세수는 세금 납부 시점에 따라 월별로 진폭을 보이고,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세금 납부를 연기해준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도 경기침체로 올해 목표를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세수 감소 속에서도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경제활력 등을 위한 재정지출은 급증해 재정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월말 56조6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1년간 적자 규모(54조4000억원)를 상회하며 역대최대치를 기록했고, 중앙정부 채무는 4개월 사이에 47조3000억원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확대의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재정 상황은 브레이크 없이 가파른 절벽을 내려가는 모습이다.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준칙 등 ‘브레이크’ 장치가 시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