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융위기 '고용절벽' 시발점과 여건 비슷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코로나19’로 폭증한 일시휴직자를 앞으로 한 달 안에 일터로 돌려보내지 못한다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고용절벽의 긴 터널로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6개월 안에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던 일시휴직자 상당수가 직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1999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일시휴직자가 전월보다 30만명 이상 폭증한 사례는 총 28번이었다.
지난 3월을 제외한 27번은 모두 한두 달 안에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 통계인 3월(160만7000명)을 제외하고 역대 두 번째로 일시휴직자가 많았던 2014년 8월(87만8000명)을 보면 7월(33만6000명)보다 일시휴직자가 54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9월(34만1000명) 53만7000명 감소하며 7월 수준으로 돌아왔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고용통계를 작성하는데, 일시휴직자는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일시휴직자는 6개월 안에 업무에 복귀할 것이 확실한 휴직자를 말한다. 따라서 통상적인 경우는 휴직자가 폭증했다가 급감하더라도 취업자 규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일시휴직자는 자녀의 방학 기간인 1월이나 8월에 급증했다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원 수준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휴직자가 폭증했다가 급감한 시점에 취업자 규모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다. 6개월 안에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던 일시휴직자 중 상당수가 직장을 잃어버린다는 의미다.
이렇게 일시휴직자가 급증한 뒤 급감하는 동시에 취업자까지 줄어든 사례는 27번 중 2009년 금융위기 시절 단 한 차례만 관찰된다. 2009년 1월 일시휴직자는 67만1000명으로 전월(30만700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증가한 일시휴직자는 2월(-17만9000명)과 3월(-25만3000명) 두 달 연속 크게 감소하면서 23만9000명까지 줄어들었다.
동시에 취업자는 2월과 3월에 전월 대비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보면 취업자는 2월 13만5000명, 3월 19만5000명 줄었다.
반면 실업자는 각각 10만4000명, 14만2000명 늘어났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당시가 기나긴 '고용절벽'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를 보면 2009년 1월 5년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뒤, 이듬해 1월까지 13개월 동안 단 한 달만 빼고 모두 감소를 기록했다.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 충격이 2009년 1월 고용시장까지 미치기 시작하며 일시휴직자로 돌아선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2∼3월 직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시휴직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직장을 잃은 이들까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1년 넘는 고용 한파가 이어진 셈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상황이 당시와 흡사하거나 오히려 더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10년 2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일시휴직자는 160만7천명으로 전월보다 98만9000명이나 폭증했다. 규모와 증가폭 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2009년 1월의 고용 여건과 상당히 흡사하다. 단시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강력한 고용유지 정책을 서둘러 내놓지 않는다면 고용절벽의 터널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월이 코 앞임을 고려하면 이른바 '골든타임'은 한 달가량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일시휴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고용유지지원금 등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지만 상당수는 비자발적으로 일터를 잠시 떠난 사람들이기에 우리 고용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말해주는 징후"라며 "이들이 앞으로 일자리를 잃어 진성 실업자가 되지 않게 각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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